연초 이후 발표된 영업이익 컨센서스와도 1조 이상 차이나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로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전망 실력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르게 됐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연초 들어 일제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실제 삼성전자가 발표한 영업이익은 이들이 낮춘 전망치 평균보다도 1조4000억원이나 더 낮았기 때문이다.
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국내 26개 증권사의 삼성전자 담당 애널리스트가 추정해 발표한 삼성전자의 지난 4분기 영업이익 평균치는 9조708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실제 잠정 영업이익은 8조3000억원으로 전망치보다 15% 가까이 낮아 애널리스트 전망치와 큰 차이를 보였다.
문제는 연초 이후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앞다퉈 실적 전망치를 하향조정 했지만 이렇게 낮춘 영업이익 전망치도 실제 발표와 1조원 이상 차이가 났다는 점이다. 연초 이후 발표한 삼성전자에 대한 15개 보고서는 예외 없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낮춰 잡았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9조원 이하일 것으로 예상한 보고서는 6일 발표된 신영증권의 보고서(8조8850억원) 하나 뿐이었고, 15개 보고서의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약 9조3800억원에 달해 실제 삼성전자의 발표치보다 1조원 이상 높았다. 모두가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적 부진 수준을 정확히 예측하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와 관련해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8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성과급을 고려하더라도 어닝쇼크의 주요인은 정보기술(IT)과 모바일 부문의 수익성 악화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 1분기 실적과 연간 실적도 향후 시장전망치보다 하향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홍성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4분기 잠정실적이 추정치를 하회했다"며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고, 기술개발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이익 모멘텀은 제한적이겠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컨센서스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애널리스트들의 눈치보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실제로 8조원대 영업이익 가능성을 높게 봤다고 해도 이를 전망치에 공격적으로 반영하기에는 삼성전자와의 관계, 직접적인 주가반영 등을 생각했을 때 부담이 따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형 상장사들과 애널리스트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정재우 기자 jj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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