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수익률 기준 은행금리보다 높아…설정액 1년새 1조1000억원 늘어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금융당국이 퇴직연금의 원리금 보장상품 투자비율을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퇴직연금 펀드로의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장기 수익률이 은행 예ㆍ적금 금리를 웃돌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시장정보기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10억원 이상 퇴직연금 펀드 설정액은 6조8174억원으로 1년새 1조1000억원 가량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3조원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더욱 돋보이는 성과다. 같은 유형에 속한 개인연금과 연금저축은 각각 2억원, 76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금융투자업계가 추산하고 있는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72조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90%가 원리금 보장형(DB형)인 은행 예ㆍ적금에 쏠려 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구조의 퇴직연금을 주식이나 채권 등 실적배당형(DC형)으로 유인하기 위해 DC형 퇴직연금의 주식투자금지 규제를 풀고 DB형 퇴직연금도 주식과 채권의 투자한도를 완화키로 했다.
특히 퇴직연금 펀드는 가입자들이 돈을 어느 펀드에 넣을지 직접 선택할 수 있고 선택 후에도 펀드를 갈아탈 수 있다. 무엇보다 퇴직연금 펀드 수익률은 3년 평균 8.87%로 3년 은행정기예금 금리 2.45~3.20%를 웃돌고 있다. 저금리 시대를 감안하면 확정금리 상품보다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이 더욱 매력적인 것.
이승현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규제가 시행되면 은행들은 퇴직연금 자금의 일부나 전액을 다른 은행의 예ㆍ적금이나 자산운용사의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며 "최근 몇 년간 수익률이 좋은 퇴직연금 펀드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펀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장기 성과가 높은 펀드를 꼼꼼히 살피고 퇴직연금 펀드를 고를 것을 조언하고 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3년 수익률 기준 KB운용의 'KB퇴직연금배당40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C'가 26.42%로 1위다. 5년 장기성과에서는 81.10%의 수익을 냈다. 이어 채권혼합형인 한국밸류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퇴직연금증권투자신탁1'과 'KB퇴직연금배당 30증권 K-1자투자신탁'이 각각 22.93%, 22.27%로 뒤를 이었다.
해외채권혼합에서는 삼성운용의 '퇴직연금N재팬40증권자투자신탁1'과 플랭클린운용의 '템플턴퇴직연금글로벌40증권자투자신탁'이 각각 21.91%, 20.87%의 수익을 기록했다.
오원석 삼성운용 퇴직연금 담당 차장은 "국내 퇴직연금의 대부분이 1년 만기 확정금리상품(DB형)에 투자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금리가 조금더 진행된다면 기대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리스크를 일부 안더라도 실적배당형상품(DC형) 투자에 대한 니즈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운용기간에 따라 펀드별 수익률 격차가 커지므로 펀드의 장기성과와 운용규모를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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