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해제 불발 가능성에 땀나는 거래소 이사장…직원 양보·경영 쇄신 '빅딜'
기재부, 매일 오후 4시 '개선사항' 점검…공공기관 혁신 '드라이브'
거래소, '방만경영' 해결해도 공공기관 해제 명분 세워야…'산 넘어 산'
최경수 이사장 복리후생비 삭감 직원 직접 설득…'선진화 방안' 발표 앞두고 고심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내년 1월 말 정부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결정을 앞두고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사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방만경영 중점관리대상 공공기관' 명단에서 거래소가 첫 번째로 거론되면서다. 이에 따라 내년 초 취임 100일을 맞아 야심차게 발표할 '거래소 선진화 방안' 역시 전면 수정해야할 처지다. 최 이사장은 눈앞에 닥친 방만경영 이슈를 먼저 해결하기 위해 직접 직원 설득에 나서는 한편, 보다 강도 높은 본부별 경영혁신 및 조직개편을 구상 중이다.
18일 거래소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지난 16일 임원회의에 팀장급 이상 직원들을 모두 소집해 직접 복리후생비 삭감 등 방만경영 꼬리표를 뗄 복안을 설명했다. 거래소가 지적받은 1인당 평균 복리후생비는 1488만9000원. 최 이사장은 복리후생비를 1인당 평균 1000만원 가량 삭감하는 안을 제시했고 회의에 모인 직원들도 이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방만경영 중점관리대상은 295개 공공기관 중 1인당 복리후생비가 많은 20곳으로, 거래소는 이들 가운데서도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거래소는 이에 따라 내년 1월 말까지 정상화 계획을 제출하고 3분기 말에는 중간평가를 받게 됐다. 기재부는 각 공공기관에 매일 오후 4시 개선사항 현황을 보고할 것을 지시하는 등 방만경영 타파를 위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거래소가 방만경영 공공기관으로 낙인찍힌 시점에서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공공기관 지정 해제 여부를 결정할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열린다는 점이다. 최 이사장은 이에 앞서 내년 1월8일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15위권인 거래소를 10위권으로 도약시킬 것이라는 목표 하에 공공기관 해제와 이를 통한 해외시장 진출, 해외 대체거래소 인수합병(M&A) 구상 등을 담은 거래소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방만경영 제동'으로 현재 가닥이 잡힌 구상안보다 더욱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본부별로 지시하는 강수를 뒀다. 기재부 발표 직후에는 2014년도 예산을 전년대비 30% 이상 감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내년 예산 편성안을 서둘러 발표했다.
설상가상 거래소의 실적 역시 매년 급감하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당기순이익이 반토막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거래소의 당기순이익은 1222억원으로 전년대비 53% 급감했다. 예상대로라면 순이익이 2년 만에 4분의 1로 쪼그라드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증시 거래대금 가뭄이 올해와 같은 추세로 이어진다면 내년에는 거래소도 적자전환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1월 공공기관 해제가 물거품이 되면 내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수수료 수익을 기반으로 한 계량평가의 비중이 높아 최하위 성적(E 등급 이하)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는 올해 초에도 D 등급을 받아 체면을 구겼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