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살]한맥투자證, 주문 실수로 이익 본 홍콩 증권사에 선처 호소
임직원 퇴직금 지급 위해 권고사직도
[아시아경제 이승종·이현우 기자] 46살, 취임 5개월 차 새내기 사장의 '회사 살리기' 노력이 눈물겹다. 김범상 한맥투자증권 사장이 최근 자사의 주문실수로 이익을 본 홍콩계 증권사에게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맥투자증권이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여의도가 주목하고 있다.
18일 한맥투자증권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최근 홍콩 증권사의 국내 거래증권사를 통해 한맥투자증권의 착오 주문을 받아간 현지 증권사에게 "사정을 봐달라"며 설득 작업 중이다. 한맥투자증권은 지난 12일 선물ㆍ옵션 동시만기일 때 주문실수를 일으켜 460억원가량 손실을 입게 됐다. 9월 말 기준 이 회사의 자본금은 268억원, 자기자본은 198억원에 불과해 파산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한맥투자증권의 실수로 홍콩 증권사 4곳에서만 400억원 수익을 냈고, 이 중 1개 증권사의 파생상품 매니저 한 명은 180억원가량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이들 증권사와 합의를 끌어내 한맥투자증권의 파산은 막아보겠다는 입장이다. 통상 주문실수 발생 시 금액의 50%까지 돌려주는 국제적 관례가 있지만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다. 홍콩 증권사들 역시 "우리가 50%가량 합의에 응한다고 한맥투자증권이 파산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에게 한맥투자증권은 자식과도 같은 회사다. 그는 고려대 경영학과 및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동양선물 팀장, 우신선물 대표이사, 한맥선물 부사장을 지냈다. 2009년 한맥선물이 현 한맥투자증권으로 전환한 뒤 부사장으로 근무하며 이택하 전 대표와 함께 초반 조직 구축을 맡았다. 김 사장은 지난 7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지만, 5개월 만에 회사와 함께 벼랑 끝에 서게 됐다.
김 사장은 홍콩 증권사 설득 작업과 함께 새로운 대주주 찾기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의 합의를 받기 위해서는 회사가 회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에 따라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한맥투자증권의 주요주주는 김범상 대표(17.17%), 김치근 부회장(17.17%), 동일하이빌(8.39%) 등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김 사장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문제 해결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사고 발생 이튿날인 13일 거래소에서 열린 증권사 사장단에서도 "구제를 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에 국내 금융투자사 한 곳에서 자기매매거래 주문을 취소, 13억4000만원을 돌려받았다. 또 회사 임직원에게 안정적으로 퇴직금을 지급하기 위해 지난 13일자로 전체 임직원 157명 중 120명을 권고사직 처리했다. 남아있는 직원 40여명도 순차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한맥투자증권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압류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라 직원들이 먼저 선(先)퇴직금 지급을 요구했다"며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가 파산할 지경에 처했지만 김 사장은 최소한 도망치지는 않는 모습"이라며 "이번 권고사직도 김 사장으로선 임직원에게 최선을 다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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