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인도, 중국은 인류 문명의 발상지로 종교·문화의 오랜 뿌리를 간직하고 있으며 오늘날 역동적으로 경제 발전을 이뤄가는 나라들이다. 오랜 전통성과 역동성은 속성 상 현실에서 자주 충돌한다. 두개의 속성은 두 나라 미술 작가들이 지닌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 1, 2전시실에서 내년 3월2일까지 진행되는 '중국 인도 현대미술전: 풍경의 귀환'은 오늘 인도, 중국의 작가들이 자신의 예술적 특성을 역사문화적 가치와 어떻게 융합해 가는 지를 보여준다. 또한 이들 작품 사이를 거닐다 보면 전환기에 접해 있는 양국 작가들의 사회·철학적 관점을 마주하게 된다.
이 전시에는 마오샤오춘, 쩡판쯔, 수보드 굽타 등 양국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23인의 작가 (중국 작가 10인, 인도 작가 13인)가 참여, 급격한 경제 성장과 사회 변화 앞에 놓인 실존적 고뇌를 펼쳐 놓고 있다.
인도 작가의 작품에는 문화적 다양함과 종교적 차이에서 초래된 갈등. 아픔이 잘 드러난다. 반면 중국 작가의 작품에서는 문화대혁명 이후의 정치적 갈등을 벗어나 급속하게 진행되는 사회 개방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제 1 전시실에는 인도의 작품이 전시된다. 인도 작품은 오래된 종교적, 문화적 다양함과 인도 사회의 복잡한 정서적 차이를 생생하게 투영하고 있다. 굴람모하메드 쉐이크는 ‘순회하는 성전 I-여행들(2002-2004)’을 통해 서로 다른 믿음 체계에서 유래하는 신화와 에피소드의 이미지를 열거하고 있다.
N.S. 하르샤의 회화 ‘우리에게 연설을 해 주세요(2008)’는 인도의 세밀화 전통에 입각,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모습을 생동감 있고 코믹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카시미르 분쟁을 작품 배경으로 묘사한 닐리마 쉐이크의 작품 ‘그 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I(2008)’은 종교 분쟁 속에서 사라진 희생자들의 아픔과 손실을 진지하게 재생하고 있다. 이러한 아픔은 다른 작품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더불어 아추탄 라마찬드란이 묘사한 ‘빌 부족’의 이미지는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인도 고유의 가치를 지켜 나가려는 예술적 태도를 구현하고 있다.
제 2 전시실의 중국 작품은 문화 대혁명 이후의 정치적 갈등을 벗어나 사회 개방화의 물결 속에서 전환점에 선 중국 사회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투영한다.
쩡판즈의 작품 ‘장엄함은 동쪽에서 온다(2011)’는 날카롭고 복잡하게 엉켜 있는 필치로 구성된 화면을 통해 현실이 어떻게 느껴지는가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인시우젠의 ‘집단적인 잠재의식(2007)’은 개인과 집단의 꿈, 소망이 합치됐던 순간을 상징한다.
여러 사람이 입었던 옷을 이어서 아코디언식으로 중간을 길게 확대한 차는 관객들이 직접 그 안을 들어가 거닐며 ‘집단적 잠재 의식’ 내부를 음미해 볼 수 있다. 스 궈루이의 사진 ‘북경 CBD 8-9(2013)’은 마치 몇 백 년 후 모든 문명이 휩쓸리고 가버린 후에 남을 듯한 유령 도시의 이미지를 불러 일으킨다. 중국 작가들 중에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중국 사회의 자본주의적 발전과 도시화를 문명 과정으로 인식, 기록하고자하는 태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쉬빙의 ‘한자들의 특징(2012)’는 한자를 소재로 전통 문화와 정신 체계를 동영상으로 재창조하고 있다.
두 나라의 현대 미술가들이 어떻게 현실의 변화를 인식하고 이를 작품으로 창조하는가를 고찰하는 이 전시는 아시아의 다양한 현재를 일깨워주는 문화적 탐험이기도 하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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