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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관련 업체로부터 받은 축의금은 뇌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9초

업무상 갑의 위치에 있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된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축의금은 뇌물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5급 공무원 김모씨는 2년 전 딸 결혼 때 관련업체에 청첩장을 돌려 5만~30만원씩 축의금 530만원을 받았다. 1심은 유죄를 선고했는데, 2심은 축의금 부분을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5만~10만원 사이 축의금은 사회 상규를 벗어나지 않고, 업무상 접촉이 있는 사람에게 청첩장을 보내는 것은 통상적 관례란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았다면 사교적 의례 형식을 빌렸더라도 개인적 친분관계가 명백하게 인정되지 않는 한 뇌물이라고 판결했다.


김씨는 관할 사업장의 산업안전을 지도ㆍ감독하는 근로감독관을 지휘하는 자리에 있었다. 근로감독관과 그 상관인 김씨에게 밉보이면 과태료를 물거나 사업장 가동에 지장을 받는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올 초에는 동반성장위원회 고위간부의 부하직원이 간부 아들의 결혼을 알리는 이메일을 200여 대기업에 발송하기도 했다. 관청의 행정지도를 받는 업체에 날아오는 관련 공무원의 청첩장은 현금청구서나 마찬가지다.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결혼식장에 참석해 눈도장을 찍고 축의금을 내야 하는 입장이다.


친한 사이도 아닌데 청첩장을 보내오면 당황스럽다. 무시하자니 찜찜하고 축의금을 내자니 부담스럽다. 5만원권 지폐가 나온 이후 축의금 단위도 높아지는 추세다. 호텔 결혼식에 참석할 경우 10만원도 눈치가 보인다고 할 정도다. 특히 혼주가 업무상 갑의 위치라면 더 두툼한 봉투를 준비해야 한다. 삼성ㆍ포스코ㆍLG 등 몇몇 대기업이 임직원 경조사 때 협력ㆍ거래회사로부터 경조사 부조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협력회사의 경조금은 을의 상납과 다름없다. 경조사 자정운동이 확산되도록 전경련과 경총 등 대기업단체가 나설 필요가 있다.


공직사회와 공기업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참에 '업무상 알게 된 사람들의 축의금ㆍ부의금은 받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를 확립하자. 축하객들로부터 결혼비용을 뽑아내기라도 하려는 듯 명함 한 번 주고받은 사람들에게까지 청첩장을 돌리는 행위는 자제해야 마땅하다. 상식을 벗어난 청첩이나 부고는 품앗이가 아닌 한몫 챙기려는 과욕이자 민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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