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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이도윤의 '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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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이별이 아니라
지구의 멸망이다
한 생명에게
죽음은 결별이 아니라
비장한 폭발이다
한 개의 화산이 하늘과 만나는 일
그의 생애가 활자가 되고
한 순간에 신이 된다
엎드려라 곧 신이 될 사람들아
죽음이란 술 한 잔 비우는 일
건배하라 용암처럼
쩡 소리 솟구치게
오, 하늘 아래 이별은 없다


이도윤의 '부음'


■ 깊이 입을 닫고나서야 나오는 소리가 있다. 말로는 할 수 없던 말, 마지못해 하는 퉁퉁 부은 짧은 소리, 부음(訃音). 사자가 생자에게, 딱 한 번 말길이 열리는 흰 입술, 나 죽었으니 오시오, 오지 못하더라도 잠깐 떠올려주시오. 남은 자보다 간 자는 조금 더 간절하고 다급하겠지만 네이버에서 찾아쓰는 부의(賻儀) 글자 안쪽으로 무표정하게 집어넣는 만원짜리 몇 장이 응답이다. 삶이 말하는 사람과 죽음이 말하는 사람, 삶도 죽음도 그저 깊은 침묵인 사람, 부음은 산 사람들끼리의 인사일 뿐 망자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일은 없다. 코를 찌르는 국화향기만 듣고 올 뿐. 가끔 영안실 서랍을 뒤져보고 싶을 때가 있다. 돈이 지나가고 난 빈 부음봉투 속 하얀 침묵에 매달려 있는 죽은 자의 대답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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