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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피날레는 '변호인'…송강호 "그 분의 진심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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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미화?...그 시대 사람들의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

올해 피날레는 '변호인'…송강호 "그 분의 진심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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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81년 '부림사건'을 두고 "자신의 운명을 바꾸게 했던 사건"이라고 회상한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사회과학서적 독서모임을 하던 직장인과 학생 22명을 반국가단체를 만들어 정부 전복을 꾀했다는 이유로 구속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내 운명을 바꾸었던 '그 사 건'을 만나고 나서야 나는 판사로 변호사로 사는 동안 애써 억눌러 왔던 내면의 소리를 진지하게 듣게 됐다. 내 삶이 부끄럽게 느껴졌다"고 말한다. "적당히 돈을 밝히고 인생을 즐기는, 그저 그런 변호사"가 이 사건의 변호를 맡으면서 인권 변호사로 거듭나게 됐다.

영화 '변호인'은 이 일련의 과정들을 고스란히 필름에 담았다.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 짧은 속물 세무변호사 '송우석'이 부림사건을 맡게 되면서 어떻게 달라지게 되는지 보여준다. 마지막 총 다섯 번의 공판 장면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그 시대의 아픔을 절절하게 전달하는데, 이는 송우석 변호사를 맡은 배우 송강호의 힘이 크다. 스크린 한 가득 클로즈업된 그의 얼굴에서는 분노와 울분, 억울함과 허탈감, 동정과 연민,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차례로 스쳐간다.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송강호는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그 공판 과정이 "철저하게 계산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초반에는 세무전문 변호사로 변호에 서툰 모습을 보이지만 공판이 계속될수록 송우석의 내면이 더 단단하게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1차부터 5차까지의 공판이 자칫 지루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각 공판마다 핵심을 잡아서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게끔 했다. 특히 3~4차 공판은 송우석이란 주인공이 직업적인 변호사의 모습이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서 한 순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 나 역시 그렇게까지 연기가 나올 줄은 몰랐고, 스태프들도 당황할 정도였다. 촬영감독이 멀리서 클로즈업을 하다가 나중에는 후회했다. 좀 더 들어갔어야 하는데, 하면서..."

올해 피날레는 '변호인'…송강호 "그 분의 진심을 담았다"


'변호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다는 소식에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송강호도 처음에는 이 역을 거절했다. "정치적인 부담감에서라기보다는 노 전 대통령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결국 하겠다는 사인을 하자마자 지지부진했던 영화 제작에 속도가 붙었다. "그 분이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보낸 1980년대를 내가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배우로서 영광이다. 한 번 거절했던 이유는 그 분을 아끼고 그리워하는 분들에게 행여나 누를 끼칠까봐서였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겼고. 다만 표현이 미진하거나 못 하더라도, 혹은 서툴더라도, 배우로서 내 진심을 담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영화를 지나치게 한 개인에 대한 작품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지만 그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송강호는 "이번 영화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나 헌정의 성격을 가진 영화가 아니라, 그 시대를 지내왔던 사람들을 통해 우리 시대의 '상식'에 대해 얘기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에서 송우석은 극 중 국밥집 아들인 '진우'가 연행되는 장면을 보면서 내면의 변화가 일어난다. 그는 평범하고, 상식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인데 이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나 비상식적인 사건을 맞닥뜨리게 되니까 변호에 나선 것이다. 그게 자칫 관객들에게는 급작스럽게 변했다고도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사람이 변할 때 한번에 확 변하기도 하지않나."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출세에 성공한 송우석 변호사가 동창들을 불러다가 국밥집에서 술을 사는 장면이다. 그는 기분좋게 친구들 앞에서 돈을 과시하며 거들먹거린다. 하지만 "뉴스도 안보냐"며 "네가 알고 있는 세상은 반쪽짜리"라는 신문기자 친구의 일침에 몸싸움을 벌인다. "이 시퀀스를 정말 좋아한다. 한 장면에 여러가지가 다 담겨있다. 주인공은 열심히 노력해서 이 자리까지 올랐고, 이런 모습을 친구들에게 잘 보이려고 허세도 떤다. 신문기자 친구는 몇 번 안나오지만 그 세대의 응어리진 지식인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또 송우석이 처음 가게에 들어갔을 때 마주치는 진우의 친구들은 결국 나중에 그가 변론을 맡는 대학생들이다. 이 모든 역학관계가 한 장면에 다 담겼다."


이미 '설국열차'와 '관상'으로 18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송강호는 "올해가 유독 특별한 해인 것 같다"고 말한다. 2000년 반칙왕으로 첫 주연작을 맡은 이후로 13년이 흘렀다. 연극까지 합치면 20년이 넘는다. "연기자로서 그 동안 많은 지점을 통과했다. 자연인 송강호가 가지고 있는 나이나 앞으로 대중 영화에 참여하면서 대중들에게 보여줘야 할 모습 등을 고려하면 이제 중반을 넘지 않았나 싶다. 작품이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때도 있고 소외될 때도 있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배우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의 변신은 계속된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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