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가출 청소년 205명 대상 건강실태 조사 발표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가출청소년 5명 중 1명은 잠잘 곳을 구하거나 밥값을 벌기 위해 성매매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성관계를 하거나 성매매를 하는 평균 연령은 14~15세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시설에 입소한 가출 청소년을 포함, 총 2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실태 조사를 1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9.7%가 성관계 경험이 있으며, 첫 성관계 연령은 평균 14.9세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임신을 경험했고, 71.4%는 인공중절 수술을 받았다고 답했다.
또 5명 중 1명은 성폭행이 첫 성관계였으며 이 가운데 65%는 친인척을 포함해 아는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가까운 사람이 가해자인 경우, 이후의 삶에 끼치는 영향력이 더 클 것으로 분석했다. 심리 상태를 비롯해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쳐 탈선 등의 우려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 청소년 중 58.7%는 최근 1년 동안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고, 2주 이상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경우도 46%로 집계됐다.
'생계형' 성매매를 하는 비율도 높았다. 성매매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22.1%로 최초 성매매 나이는 15.5세에 불과했다.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를 한다고 답한 청소년이 29.6%였으며, 잘 곳이 없거나(21.4%) 배가 고파서(11.2%) 등 일상적인 생계를 위해 끊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출 청소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진료과목은 산부인과(40.5%)와 정신과(36.5%)로 나타났지만 창피하고 수치스럽다는 이유로 많은 경우 진료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의료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는 절반에 불과했다.
영양상태 불균형도 심각했다. 가출 이후 하루에 평균 1회 이하로 식사를 하는 경우가 30.9%에 달했다. 돈이 없어서 밥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38.2%로 가장 많았다. 또 10명 중 7명이 흡연을 하고 있으며 시설 비입소자의 경우 82.7%가 매일 반 갑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 달 이내 술을 마셨다는 응답자도 절반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서울시 및 인근에 소재한 보호시설 입소자 112명과 비입소자 9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6개월 이상 장기 가출자가 전체의 45.9%, 특정한 거주지 없이 거리나 여관 등에 머무는 경우가 22%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사각지대에 놓인 가출 청소년들을 위해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청소녀 건강센터'에서 13일 오후 6~ 10시 야간진료를 실시한다.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치과, 피부과 등의 진료과 정신보건 상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9월 개관한 센터에서 그동안 실시한 진료는 총 744건, 일평균 17건이다. 센터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노숙 또는 거리배회 가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혈액검사 및 건강상담 2408건도 제공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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