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손은정 기자] 하늘에서 한반도를 내려다본 적이 있습니까.
지상으로 가까이 다가서면 곳곳에서 녹색 잔디와 그린에 나부끼는 빨간 깃발을 볼 수 있습니다. 남쪽 땅에만 427개 골프장이 운영 중이고, 건설 중이거나 인허가를 받은 곳도 100곳이 넘습니다. 바야흐로 5000만명 인구에 500개 골프장시대입니다.
한국에 골프가 상륙한 건 1900년 구한말 영국인들이 원산 세관 내에 6홀짜리 골프코스를 만든 게 최초입니다. 1919년에는 효창공원에 9홀짜리 코스가 등장했다가 공원으로 편입되면서 청량리 조선왕가 능림으로 이전했고, 1924년 드디어 경성골프구락부가 설립됩니다. 1927년에는 영친왕의 지원으로 지금의 능동 어린이대공원 자리에 18홀 규모의 군자리코스가 조성돼 현재 서울골프장의 기초가 됩니다.
이때부터 대구와 평양, 부산 등에도 골프장이 들어섭니다. 물론 2차대전 당시에는 농경지로 변모했고, 한국 전쟁으로 다시 황폐화됐습니다. 1953년 서울컨트리구락부가 복구되면서 다시 한국골프의 본산지가 됩니다. 조선 말부터 국가의 흥망성쇠와 함께 했던 골프장 수난사입니다.
하지만 이후 자고 나면 대나무 순이 올라오듯 골프장이 급증했습니다. 골프장 인허가권을 시, 도지사에게 이관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제6공화국이 출발점입니다. 이 기간 동안 120곳 이상의 사업 승인을 내줘 '골프공화국'이란 애칭까지 얻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이 '제2의 골프중흥기'입니다.
골프장산업은 그러나 지나친 공급으로 위기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오래전부터 사업성에 대해 적신호가 켜졌지만 그래도 땅을 팠습니다. 장기적인 불황이 겹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어느 순간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습니다. 마치 1990년대 초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결국 줄도산한 일본의 전철을 밟는 모양새입니다.
아시아경제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주 2회, 총 16회에 걸쳐 '한국골프장의 허와 실'을 연재합니다. 2013년 수억원대의 회원권이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된 골프장업계에서는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골프장산업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대안도 찾아볼 예정입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