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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 매도 비둘기도 이달 출구 '한목소리'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37초

[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주요 인사들이 9일(현지시간) 일제히 '12월 양적완화(QE)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이날 3명의 지역 연방은행 총재가 각자 강연에 나섰다. QE를 비롯한 금융 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17~18일 열리기 때문에 이날 이후 1주일간 FRB 관계자들은 정책관련 언질을 할 수 없다.

때문에 월스트리트에선 이날 강연들을 12월 FOMC의 분위기를 미리 점칠 수 있는 풍향계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결같이 '12월 QE 축소'에 무게를 둔 발언들이었다. 이 대목에선 비둘기파나 매파 모두 목소리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에 맞춰졌다. 그는 벤 버냉키 의장이나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부의장과 함께 FRB 내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그의 발언은 FRB 내 다수파의 기류를 읽을 수 있는 단초가 됐다.

불러드 총재는 이날 세인트루이스 CFA 소사이어티에서 가진 강연에서 “12월 FOMC에서 현재 850억달러(90조원)에 달하는 QE 규모를 소폭 먼저 줄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12월에 소규모로 QE를 줄여본 뒤 향후 추이를 보며 속도를 조절해 나가자는 아이디어를 공론에 붙인 셈이다.


그는 "지난주 발표된 11월 고용지표를 감안할 때 12월 회의에서 QE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사실"라고 말했다. 안정된 고용지표와 실업률을 감안하면 QE 규모를 줄여나가도 될 것 같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러드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상당기간 예상보다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 마음에 걸리는 눈치다. 그는 "직까지 FRB의 정책목표인 2%를 크게 밑돌고 있는 인플레이션 둔화 원인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서 "이를 종합해볼 때 12월엔 자산매입 규모를 소폭 줄이는 게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불러드 총재는 "만약 12월에 QE 규모를 축소한 뒤에도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 FRB는 다음 회의에서 QE 축소를 중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QE 축소에 나선 뒤 시장과 경제 회복의 상황을 점검한 뒤 규모나 시기를 조절하자는 의미다.


한편 대표적인 매파로 불리는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QE 축소 결정을 늦춰선 안 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그는 시카고의 한 농업단체 강연에서 "기회가 왔을 때 곧바로 QE 규모를 줄이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FRB가 이제라도 자산매입 규모를 현재 매달 850억달러에서 제로(0)로 줄일 때까지의 세밀한 캘린더(일정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셔 총재는 지난 9월 FOMC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QE 축소 결정을 내리지 않자 "FRB가 정책 결정 시기를 놓쳐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순번에 따라 내년부터 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매파 성향인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 역시 이날 강연에서 "QE 프로그램은 미국 경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향후 출구전략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리스크만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다음 주에 열리는 FOMC에서는 QE 축소 결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주장은 구체적인 동기나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지만 '12월 QE 축소 논의와 결정'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향후 1주일 동안 FRB 내에서 12월 QE 축소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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