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이 62년 만에 재설정됐다. 한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수정한 것은 1951년 3월 미 태평양공군이 중공군의 공습을 저지하기 위해 설정한 이후 처음이다.
8일 국방부가 발표한 방공식별구역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포함시키지 않았던 이어도와 마라도, 홍도(거제도 남쪽 무인도)까지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어도는 그동안 중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는 포함돼 있지만 KADIZ에는 빠져 있었다. 마라도와 홍도 영공은 1994년 영해 개념이 3해리에서 12해리로 늘어나면서 일부 빠져 있던 것을 이번에 포함시켰다.
그동안 이어도는 우리의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주변국들의 침범횟수는 늘어났다. 중국은 2006년 이어도에 '쑤옌자오(蘇巖礁)'라는 자국식 이름을 붙이고 지난해 3월에는 자국 선박과 항공기의 감시대상에 포함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이어 같은 해 7월에는 침몰 어선 인양작업을 하던 우리 선박의 철수를 요구하며 "중국 관할 수역"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무인기로 이어도를 감시하기까지 했다.
중국의 이어도 침범도 갈수록 노골화됐다.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이 합동참모본부(합참)로부터 제출받은 '독도·이어도 근해 작전구역 침범 현황'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이어도에 대한 중국의 해상침범은 121회에 달했다. 특히 군함의 경우 2011년 13회에서 지난해 41회, 올 들어 31회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관공선 3척을 이어도 해역에 보내 침몰 어선 인양작업을 하던 우리 선박의 철수를 요구하며 "이곳은 중국 관할 수역"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이어도 에 '쑤옌자오'라는 자국식 이름도 붙였다.
지난해 9월 중국 정부가 무인기로 이어도를 감시·감측하기로 했을 때도 '관할권 주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중국 측에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중국과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 획정 협상을 타결해 이어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중국은 1996년부터 17년째 한국과의 EEZ 경계 획정 협상을 기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관할권 주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중국 측에 외교적 항의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62년 만에 방공식별구역을 재설정한 것은 외교적으로 한발 뒤로 물러서 생각한 점도 있다"며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이어도가 포함돼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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