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근혜정부는 국민행복시대를 선언하면서 출범했다. 국민은 행복해졌을까. 국민의 절반 가까이는 자신을 '하층민'이라 생각한다. 직장(직업)은 언제 그만둘지 불안하고 노후는 막막하다. '국민행복'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통계청이 어제 내놓은 '2013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삶은 팍팍하고, 양극화의 골은 한층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주의 소득과 직업, 교육, 재산 등을 고려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하위라 생각하는 국민이 46.7%에 달했다. 상층은 1.9%, 중간층은 56.4%다. 하위계층이라고 답한 비율은 조사를 시작한 1988년(36.9%)이후 최고치이며, 2011년 조사 때보다도 1.4%포인트 높아졌다.
경제성장에 역행하는 하층민 의식의 확산은 사회 안전판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 바닥에 불안과 불만이 도사린다. 자신의 소득에 불만인 사람이 절반(49.0%)에 육박한다. '소득이 만족스럽다'는 대답은 12.1%에 불과하다. 소득이 늘었다는 사람보다 줄었다는 사람이 많고, 부채는 거꾸로다. 게다가 직장에 불안을 느끼는 비율이 59.8%에 달한다. 연령별로는 30대(65.1%), 직업별로는 임금근로자(64.5%)가 직장을 잃거나 전직해야 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미래에 대한 확신도 없다. 평생 노력한다 해도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자식세대에 가서도 사회적 신분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39.9%)보다 낮다는 의견(43.7%)이 우세했다.
수명은 늘었지만 노후 대책은 부실하다.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가구주는 전체의 72.9%로 2011년보다 오히려 2.9%포인트 떨어졌다. 노후 대책으로 과반이 국민연금(52.5%)을 들어 치밀한 준비가 부족함을 드러냈다. 특히 노후의 길목에 들어선 60대 이상의 절반가량(48.4%)은 무대책이며, 그들의 58.1%는 준비능력이 없다고 실토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에 이뤄진 것이어서 박근혜정부의 정책적 공과를 따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5월이나 지금이나 국민의 형편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다. 불황은 여전하고 서민의 고통은 오히려 깊어졌다. 국민행복을 국정지표로 내세운 정부는 초심으로 돌아가 사회조사에서 드러난 민심을 깊이 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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