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분야의 세계은행(WB)으로 불리는 녹색기후기금(GCF) 본부가 내일 인천 송도에 둥지를 튼다. GCF는 우리나라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유치한 대형 국제금융기구로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역할의 중요성과 향후 조성될 기금 규모로 보아 국제통화기금(IMF)에 버금갈 기구로 성장할 것이라는 평가다.
GCF 본부 유치로 나라 위상이 높아지고 경제적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직원 500명이 상주할 경우 연간 38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도 연간 19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호텔ㆍ관광 등 각종 국제회의 개최에 따른 서비스업과 음식점, 병의원 등 낙수효과까지 감안하면 수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활동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답보 상태다. 당초엔 선진국을 중심으로 2015년까지 300억달러를 모으고 2020년부터 매년 1000억달러를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큰 틀에만 합의했을 뿐 누가 언제까지 얼마를 낼지는 정하지 않았다. GCF는 기금 690만달러에 직원 30여명으로 출범한다. '속 빈 조개껍데기(empty shell)'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도 기금 조성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경기침체로 많은 선진국이 출연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달 폴란드에서 열린 제1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도 내년 12월 총회까지 '상당한 규모의 초기 재원'을 조성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지만 나라별 구체적인 기금 출연액은 정한 것이 없다. 재원 마련을 위해 내년~2020년 격년으로 장관급 대화를 열기로 한 게 그나마 진전이다.
필리핀의 하이옌 태풍에서 보듯 폭우와 극심한 가뭄 등 다양한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은 한층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GCF가 개도국 지원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기금 조성을 필수적이다. 선진국들이 적극 기금 조성에 나서야 한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촌 재앙의 이면엔 과거 무차별 자원개발과 공업화로 부를 축적한 선진국이 있지 않은가. 선진국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앞장서는 등 기구 유치국으로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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