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현오석 부총리가 지난달 29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에 대해 '관심 표명'을 하고 협상 참가국들 하나하나와 '예비 양자협의'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곧 정부가 TPP에 대한 입장을 '방관'에서 '참여 검토'로 전환했음을 국내외에 공식으로 알린 것이다. 정부의 이런 공식 입장전환은 고육지책인 동시에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정부가 그동안 TPP와 거리를 두는 태도를 취해온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TPP를 미국의 대중국 경제패권 구축 프로젝트로 보고 경계해온 중국을 의식한 데 있었다. 그래서 이미 상당한 정도로 진행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먼저 체결하고 TPP는 그 다음 단계로 검토해보자고 한 것이었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TPP에 참여하면 사실상 일본과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는 점을 우려한 데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일본의 우월한 제조업 경쟁력에 밀려 특히 국내 중소 제조업계의 피해가 꽤 클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자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추진과 병행하여 미국 주도의 TPP에도 참여할 가능성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분명한 입장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중국 내에서 전문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TPP 참여론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한다. 이것이 중요한 계기가 되어 정부가 TPP에 대한 입장을 수정했음은 현 부총리도 인정했다. 외교안보를 넘어 경제 분야에서까지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자 하는 정부의 고심이 읽힌다.
정부는 내일부터 나흘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부터 TPP 협상 참가국들과 개별적으로 예비협의를 벌일 방침이라고 한다. 이것은 말 그대로 예비협의에 그쳐야 한다. 협상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는 태도는 금물이다. TPP의 비밀스러운 협상 방식으로 인해 그동안 알 수 없었던 협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우리의 실익과 피해를 가늠해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TPP 협상에 정식으로 참여할지의 여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신중하게 결정해도 된다. 중소기업과 농민 등 국내 피해예상 집단들과의 '내부협의'도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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