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편의점 판매 부동의 1위를 차지하던 '바나나우유'가 자체브랜드(PB) 제품에 왕좌를 내줬다. 또 1~2인 가구 증가에 따라 대용량 생수나 봉지면, 간편조리 식품 등 구매 트렌드에 변화가 생기고 일본의 방사능 공포가 편의점 판매 상품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편의점 업계가 올해 편의점 히트상품을 총결산해 밝힌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 CU에서 지난해까지 판매상품 순위 1위를 차지하던 바나나우유는 올해 PB 상품인 델라페 컵얼음에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밀려났다.
GS25에서 바나나우유는 지난해까지 판매 1~2위 자리를 지켰으나 올해 PB 상품인 아이스컵과 함박웃음맑은샘물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다만 세븐일레븐에서는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2위인 참이슬과의 판매 격차가 지난해 60만개에서 올해 300여개로 좁혀졌다.
편의점 PB상품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PB상품 매출 비중(담배, 서비스상품 제외)은 2008년 25.6%에서 올해 34.9%로 큰 폭으로 신장했다.
CU에서도 현재 판매 중인 PB상품은 500여개로 지난달 말 기준 전년 대비 32.5%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1~2인 가구 증가로 간편하고 알뜰한 편의점 먹거리가 지속적인 인기를 끌면서 GS25 먹거리 브랜드인 위대한 시리즈 역시 지난해 대비 128.7%나 판매가 증가했다.
대형마트에서 주로 판매되는 대용량 생수(2ℓ)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1~2인 가구 구성원 대부분이 맞벌이 부부나 싱글족인 만큼 직접 물을 끓여 먹기보다는 가까운 편의점에서 가정 식수용으로 대용량 생수를 많이 찾고 있는 것이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2011년 대용량 생수 매출 구성비는 43.3%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11월 누적 기준으로 48.0%까지 늘었다.
1인 가구 대표 수혜상품인 도시락은 전년 대비 57.7% 매출이 오르며 5년 연속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고 간편조리식, 소용량 반찬 등 가정간편식(HMR) 매출도 19.0% 증가했다.
CU에서도 도시락, 삼각김밥 등 간편식사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도시락 55.7%, 삼각김밥 24.2%, 김밥 21.7%, 햄버거 18.8% 상승했다. 편의점 도시락은 해마다 40% 이상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연간 1억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 CU는 편의점 도시락 시장을 연 6000억~7000억원 규모로 보고 있다.
가공식사제품의 매출도 급상승 중이다. 덮밥류가 43.4%로 가장 높은 매출 신장률을 보였고 레토르트 31.6%, 즉석면 23.5%, 즉석밥 22.2%의 신장률로 다른 상품군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다양한 메뉴와 손쉬운 조리법으로 인기가 좋은 1~2인용 국과 찌개의 가정간편식도 32.5% 매출이 상승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1~2인 가구 구성비가 전체에서 절반을 넘어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싱글족, 맞벌이족 등이 편의점 소비 트랜드를 주도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편의점 대표 상품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상품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의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 편의점 상품 판매에도 영향을 줬다. GS25가 올해 6월부터 11월까지 월별 외국 브랜드 캔맥주 판매 현황을 살펴본 결과 일본의 대표적인 맥주인 아사히 매출은 12.7% 하락했다.
특히 지난 8월 아사히 매출증가율은 지난해 동월 대비 32.5% 감소했다. 9월에는 산토리가 지난해 동월 대비 30.1% 감소로 가장 높은 매출 하락율을 보였다.
반면 일본 맥주가 아닌 외국 브랜드 맥주는 대부분 30% 이상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일본 맥주와는 대조적인 판매양상을 보였다.
한편 편의점들은 올해 알뜰폰, 건강기능식품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 판매에 나섰고, 갑을 논란 등 분쟁이 심화되면서 자체 자율분쟁해결센터를 설치하는 등 가맹점과의 상생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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