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아이폰 장편영화 극장 상영...'그 강아지 그 고양이' 민병우 감독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펜과 연습장만 있으면 글을 쓸 수 있듯이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영화를 찍을 수 있지요."
애플 아이폰으로 제작한 장편 영화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극장에서 개봉시킨 민병우 감독은 3일 "전문 장비나 카메라 없이 스마트폰으로 시도한 촬영이 오히려 장점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그 강아지 그 고양이'는 동물병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여자와 남자의 연애 이야기를 그린다. 개와 고양이처럼 태생이 다른 두 남녀의 만남과 위기, 이별, 오해, 화해를 맛깔나게 표현했다. 민 감독은 "내 얘기, 친구 얘기, 친구의 친구 얘기를 모두 들어봐도 연애라는 것에는 공통되는 교집합이 있었다"며 "이 소소한 에피소드를 모아 개인의 경험담과 픽션을 섞어 스토리를 풀어나갔다"고 전했다.
스마트폰은 소소하고도 일상적인 영화를 찍는데 적절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동물을 등장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극 중에 등장하는 개와 고양이는 민 감독과 그의 전 여자친구가 직접 키우고 있는 가족이다. 어느날 그의 집 앞에 찾아온 길 고양이, 여자친구에게 입양된 유기견이 만남의 시작이었다.
그는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동물에게 연기를 시키지도, 조련사를 동원하지도 않았다. 평소 함께 지내며 촬영해뒀던 영상들을 활용하고, 동물에게 연기를 시키기보다 자연스럽게 각 장면에 필요한 반응이 나오도록 유도했다. 김 감독은 "카메라, 조명 등을 셋팅 할 필요도 없고 순간 포착이 가능했다"며 "오히려 동물도 부담이 없고 편하게 촬영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영화의 단점은 렌즈다. 영화용 렌즈처럼 아웃 포커싱 등 깊이 있는 영상을 촬영하기가 어려워서다. 하지만 그는 이같은 단점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전문 장비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조직의 규모나 기동성, 예산면에서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 감독은 "스마트폰에는 스마트폰에 맞는 컨셉이 있다"며 "배우를 포함해 10명이라는 인원으로 장편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다"고 손사래를 쳤다. 민병우 감독이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KT가 진행하는 콘텐츠 제작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후반 작업, 믹싱 등을 지원받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직업, 이름 하나하나에도 소소한 재미가 들어있다. 주인공인 고보은과 강우주는 각각 여자를 표현한 고양이의 '고'를 따서 '고'보은이라는 이름을 짓고, 남자를 상징한 강아지의 '강'을 우주라는 캐릭터의 성으로 썼다. 이들의 직업이 애니메이션 작가와 웹툰작가로 나오는 것은 김 감독이 이루지 못한 어린시절 꿈이다. 김 감독은 "고양이는 가만히 있으면 손 닿을 거리에 다가오지만 만지려 하면 도망간다"며 "강아지는 반대로 남자들처럼 막 들이대더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민병우 감독은 지난 2011년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찍은 10분 분량의 단편 영화 '도둑 고양이들'로 '제1회 올레 스마트폰 영화제'에서 1등 상을 받았다. 당시 상금으로 받은 1000만원이 이번 장편영화의 예산으로 활용됐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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