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올해 260억달러추정...HSBC 등은 증가 예상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태풍 하이옌으로 쑥대밭이 된 필리핀에 해외에서 일하는 필리핀들이 구세주가 되고 있다. 가정부에서부터 건설현장 기능공에 이르는 필리핀인들이 재난을 당한 모국에 송금하는 돈이 경제를 떠받치는 원동력이자 필리핀 통화인 페소화 평가절하를 막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의 노무라 홀딩스는 2004년 이후 7차례의 대재난 이후의 통계를 인용해 해외 필리핀인들의 국내 송금액은 재난 이후 3개월 사이에 3.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매달 1만페소를 레이테의 고향에 보내는 싱가포르의 필리핀 여성 가정부(30)가 하이옌이 레이타를 엄습한 이후 급히 가불해 고향에 송금한 사례를 소개했다.
홍콩의 HSBC은행 홀딩스의 트린 응웬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국내 송금액이 6%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재난을 당한 필리핀 사람들이 해외 친척들에게 구원을 요청하면서 들어오는 본국 송금액은 필리핀 경제의 송금액 의존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재외 필리핀 근로자 숫자는 105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해에만 해외에서 간호사와 기능공 등으로 일하기 위해 해외로 나간 필리핀 사람은 무려 208만명으로 전년 대비 12.6%나 증가했다.
1000만여명이 보내는 국내 송금액은 필리핀 국내총생산(GDP)의 약 10% 정도로 블룸버그는 추정했다. 블룸버그는 필리핀은 세계 3위의 송금수취국으로 이 돈 덕분에 2009년 금융위기 이후에 경제가 침체를 겪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지난 10월 재외 필리핀인들의 본국 송금액이 올해 5.7% 증가한 2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HSBC와 UBS, 크레디스위스 등은 11월 발생한 하이옌 이후 너나 할 것 없이 송금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수치는 이보다 커질 게 뻔하며 태풍 피해복구를 위한 돈줄이 될 공산이 크다.
하이옌은 사상자 5000여명, 이재민 340여만명에 65억~145억달러 규모의 주거 상용 및 농업 자산 피해를 초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라자트 나그 사무총장은 최근 블룸버그에 “필리핀내 일자리가 없다는 점에서 해외송금 의존도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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