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의 고가 소형차에 日 저가 고연비 전기차로 맞대응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독일과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이 일본 전기차 시장을 놓고 공격과 방어전을 벌이고 있다. 독일차는 고가의 전기차를 내놓고 일본 시장을 열어젖히려 하는 반면, 일본 업체들은 저가지만 연비가 탁월한 전기차로 승부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일본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충전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어 내년 일본 전기차 시장은 매우 뜨거워질 전망이다.
28일 일본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BMW저팬은 순수전기차(EV) 'i3'를 내년 4월에 일본에서 발매한다고 13일 발표하고 일본 시장 공략을 공식화했다. BMW는 또 콘센트로 충전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PHV)의 스포츠카 'i8'도 함께 판매하기로 했다.
앨런 해리스 BMW저팬 사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도시 교통에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i3는 비행기에 쓰이는 가볍고 강한 탄소 섬유 강화 수지를 사용해 무게를 줄였다. 한 번 충전으로 200㎞ 주행이 가능하며, 발전용 엔진을 추가하면 300㎞까지 달릴 수 있다. 충전시간도 일본의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30분에 불과하다. i8는 전기모터와 배기량 1500㏄의 직렬 3기통 터보 엔진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한 PHV다. 주행 시작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4.5초 밖에 걸리지 않는 높은 가속 성능을 자랑한다. 독일차는 값이 비싼 편이다. i3가 소비세 8%를 포함, 499만엔(약 5209만원), 발전용 엔진 탑재 차량은 546만엔(5700만원)이고 i8는 1917만엔(2억534만원)이다.
폭스바겐도 내년에 일본에서 EV를 판매할 예정이다.
일본 업체들의 수성 전략은 저가의 고연비 하이브리드차(HV)와 EV다.전기차 선두주자 닛산자동차는 스포츠 세단 '스카이 라인' 하이브리드 자동차(HV)를 내년 2월 말 시판한다.
이 차는 배기량 3500㏄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HV시스템을 갖춰 높은 가속성능을 갖고 있다. 연비는 ℓ당 18.4㎞이지만 항공기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채택해 핸들이 부드럽게 작동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로 명성이 높은 도요타는 다음 달 2일부터 연비를 휘발유 ℓ당 37㎞까지 향상시킨 주력 소형 '아쿠아' HV를 판매한다. 차음재를 추가해 정숙성을 높였다. 가격도 170만~195만엔으로 1만엔 정도 높아질 뿐이다.
도요타는 또 내년 1월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배기량 2500㏄의 '해리어' HV 를 판매한다. 연비도 휘발유차 16km보다 좋은 ℓ당 21.8㎞로 꽤 좋다. 가격이 361만~447만엔대지만 10월 중순부터 선주문이 1만대나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쓰비시자동차와 닛산은 2009년과 2010년에 양산형 EV 'i-MiEV (아이미브)'와 '리프'를 각각 출시했지만 충전 설비 보급이 지연되면서 판매가 주춤했다. 이 때문에 르노·닛산은 미쓰비시 자동차와 EV 공동 개발을 검토하고 충전설비 확충에 나서고 있다.
도요타, 닛산, 혼다, 미쓰비시 등 자동차 4사는 지난 12일 EV와 PHV 충전 인프라를 개설하는 편의점이나 주유소, 레스토랑 등에 설치비와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자동차 4사는 내년 10월 말까지 전국의 일반 충전기를 현재 3500개에서 8000개로, 급속 충전기를 1900개에서 4000개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신청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도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1005억엔을 투자해 충전기 설치비의 최대 3분의 2를 보조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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