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몇 개월 전 회의는 기자들 때문에 진행이 안 될 정도로 언론 관심이 높았는데 오늘은 (기자가) 거의 안 왔습니다. 그만큼 우리에게 이슈가 없다는 뜻 아닙니까."
박창수 창신금속 대표의 '돌직구' 발언에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26일 오전 11시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제2대회의실에 모인 개성공단 기업 대표들의 얼굴에서는 체념마저 엿보였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에서 개최한 이번 회의에는 '먹고 살기 바빠' 참석하지 못한 대표들의 빈자리가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자리가 없어 서서 들어야 했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 7월 회의와는 온도차가 커 보였다. 언론의 관심도 현저히 줄어 기자를 포함한 몇몇만이 현장을 찾았다.
같은 시각, 중기중앙회 앞마당에서 열린 1만포기 김장행사 현장은 열기부터 달랐다. 십 수 대의 방송 카메라가 김치 속을 넣는 직원들의 손을 클로즈업했고, 김장에 참여한 관계자들의 기념촬영이 이어졌다. 화제성 면에서 '김장 행사에 밀려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더 이상 개성공단 문제가 화제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많은 이들이 '해결된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가동만 되면 저절로 기업들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믿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인들에게 여전히 개성공단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들이 체감하는 현장 분위기는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과 180도 다르다. 정부가 최근 발표를 통해 개성공단 가동률이 80%라고 밝혔지만 기업인들의 체감가동률은 50~60%에 불과하다. 정기섭 에스엔지 대표는 "재가동만 됐을 뿐, 정상화는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문제에 무관심한 건 언론만이 아닌 것 같다. 한 개성공단 대표는 "정부가 문을 열어줬으니 알아서 따라오라는 식"이라며 "좀 더 입주기업 입장에서 봐 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실적 홍보보다 진정성을 내보이는 데 신경써야 할 때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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