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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액 연봉 공개, 하려면 제대로 해야

시계아이콘00분 59초 소요

재벌총수 일가 경영인들이 등기이사직에서 잇따라 물러나고 있다. 상반기부터 번지는 특이한 현상이다. 회장ㆍ부회장 등 직함은 유지하면서 등기이사직에선 빠지는 식이다.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등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속셈은 따로 있어 보인다.


회사에서 받는 연봉 규모가 드러나게 된 때문이다. 현재는 등기임원 전체에 지급되는 보수총액과 1인당 평균 보수만 공개돼 개인별 몫은 얼마인지 알 수 없다. 개정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등기임원 보수 공개가 오는 29일부터 시행되면 상장사와 증권 공모실적이 있는 법인은 사업보고서와 분ㆍ반기 보고서에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 명단을 기재해야 한다.

총수 일가들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것은 보수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꼼수로 보인다. 임원 평균 보수가 5억원 이상인 상장사는 169개, 임원은 623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오너 일가가 속속 등기이사에서 빠지면 공개 대상은 줄어든다. 주주들의 경영진에 대한 감시 제고라는 입법 취지도 무색해진다. 총수 일가가 등기이사에서 물러난다고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우회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오히려 경영실패나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


기업 주요 임원의 보수 공개는 세계적 흐름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보수금액 상한을 제한하는 추세다. 미국은 등기 여부에 관계없이 고액 연봉자 5명을 공개한다. 영국은 모든 등기이사의 보수와 연금수당, 보너스, 경영고과 점수까지 공개한다. 우리나라도 국회 논의를 거쳐 법률을 개정한 만큼 제대로 정착되도록 엉성한 법의 그물코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공개 대상을 등기임원에서 '집행 임원' '업무 집행 지시자' 등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

고액 연봉자 공개를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오너 경영인일지라도 떳떳하게 보수를 밝힘으로써 경영성과에 비해 과다하게 챙긴다는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회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연봉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에 대한 기여도가 크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급여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어야 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연봉도 많이 받아야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고액 연봉자 공개를 망신 주기로 받아들이는 사회는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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