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미국인들이 1조2000억달러의 중국 본토 주식시장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주식 전문가들은 아직 중국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주 미국인들도 상하이와 선전 A주(중국인 전용 주식시장)에 우회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 자산운용사인 자스기금(嘉實基金)이 도이체자산운용과 손 잡고 초기 설정액 1억800만달러의 상장지수펀드(ETF)를 뉴욕 거래소에 상장시켰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두 곳도 A주 투자에 기반한 ETF 판매를 준비중이다.
A주에는 그동안 중국인들만 투자할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이곳에 투자하려면 투자금액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 적격외국인기관투자자(QFII)나 위안화외국인적격투자자(RQFII) 자격을 부여 받은 금융기관을 거쳐야만 했다. 이런 측면에서 외국에서도 별도의 제재 없이 A주에 투자할 수 있는 ETF 상품이 나왔다는 점은 투자 접근성 확대 차원에서 환영 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주식 전문가들이 섣불리 ETF를 통해 2000여개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A주 투자에 손을 댔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A주 시장은 변동성이 크며 중국 기업들의 재무상태도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중국 정부가 언제라도 열었던 A주 투자의 빗장을 다시 닫을 수 있다는 점도 투자를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친-핑 치아 MSCI 홍콩 지사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외국인들은 중국 주식시장에 제한된 접근만 허용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WSJ은 미국에서 투자자들에게 A주 투자 ETF 상품이 히트를 칠 경우 뮤추얼펀드 매니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A주 투자 펀드 개발에 뛰어 들 것이고, 이것은 중국 기업들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을 위험에 더 많이 노출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금융잡지 배런스도 최신호에서 중국 A주 ETF에 대한 섣부른 투자행보를 경계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낮은 A주 주식 보유량, 정보부족, 높은 변동성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주가지수 정보를 제공하는 FTSE 그룹의 니잠 하미드 컨설턴트는 "앞으로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A주 투자를 늘리기 위해 QFII 자격을 부여받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심각한 중국 정부의 각종 규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튼 말키엘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규제가 많은 중국 A주 시장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은 홍콩 주식시장 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A주 시장이 서서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개방됨에 따라 그 격차는 앞으로 계속 좁혀져 매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산운용사 발마크 어드바이저스의 테일러 덴홀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그래도 투자자들이 A주 시장 흐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이유는 MSCI와 FTSE가 A주를 신흥국 시장 벤치마크지수 '검토대상(Watch list)'안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예를들어 FTSE 신흥국 지수에 A주가 포함될 경우 지수 내 중국 주식 비율은 종전 20%에도 못 미치던 것에서 24% 수준으로 껑충 뛰어 오르게 된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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