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건당국, 플래이그 게임 통해 대국민 정보 제공
게임 전문가 "한국도 규제보다는 순기능의 역발상 필요"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조유진 기자] 전염병으로 지구가 멸망한다는 내용의 미국산 모바일 게임 '플래이그(Plague)'가 국내 게임 업계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정부가 플래이그를 통해 전염병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등 게임의 순기능을 적극 살리는 모습이 '게임=악'으로 규정한 우리 정치권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게임 압박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우리도 플래이그 사례처럼 게임의 순기능을 창조경제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보건당국은 최근 플래이그 게임을 통해 전염병 관련 정보를 게임 사용자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플래이그 게임은 전염병을 퇴치하는 방법이 나오기 전 인류를 전멸시키는 다소 공격적인 내용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파격적인 구성이 인기를 얻으면서 출시 1년여 만에 1500만다운로드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개발자인 26세의 제임스 보건은 99센트에 팔아 돈방석에 앉았다. 그러자 미 보건당국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 게임을 통해 전염병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키로 한 것이다. CDC는 지난 3월 보건을 애틀랜타에 초대해 연구원들에게 강연하게 한 뒤 제휴에 합의했다. CDC 대변인 데이브 데이글은 "사람들은 무언가 잘못되지 않을 때면 공공보건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이번 제휴가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공보건에 적대적인 게임을 오히려 대국민 홍보 수단으로 전환한 데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의 게임 정책은 규제보다는 진흥에 가깝다. 게임을 통해 학습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도록 하는 미국의 스템(STEM) 정책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정부가 도입한 스템은 비디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고 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취의식을 높여 학습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게임 중독법을 발의하며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게임을 술과 마약, 도박과 같은 4대악으로 규정하며 게임 업계를 옥죄고 있다. 게임 업계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산업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사들이 벌어들인 지적재산권 사용료 수입은 총 6억8000만달러(7700억원)에 달했다. 이는 나머지 한류 관련 업체들이 벌어들인 1억2000만달러의 5.7배나 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게임을 차단하기보다 순기능을 활용하는 창조경제식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사무국장은 "셧다운제 같은 정부 정책이나 국회 입법은 게임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흘러왔지만 산업은 실패했고 청소년들은 여전히 불행한 상황"이라며 "외국 사례처럼 게임의 순기능을 교육이나 정부 정책 홍보, 기업 영리활동 등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꼬집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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