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無파업 이끈 이경훈씨, 2년 만에 노조위원장 당선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차 노조원이 역대 최대 생산차질을 주도한 강성 노조를 뒤로 하고 2009~2011년 3년 연속 무파업을 이끌면서 회사 성장의 밑거름이 된 실리 노조를 다시 택했다. 무파업 3년간 안정적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비약적 질주를 이어갔던 과거를 재연하겠다는 각오로 풀이된다.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신임 노조위원장으로 뽑힌 이경훈 당선자는 과거 2009~2011년 3년 연속 무파업을 이끈 당사자로 2년 만에 다시 현대차 노조 수장이 됐다.
중도실리파로 평가되는 이 당선자는 지난 9일 노조위원장 결선 투표를 개표한 결과 전체 4만2493표 중 2만2135표를 얻어 합리노선의 하부영 후보(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를 2229표 차로 따돌렸다. 특히 지난 1차 투표에서는 이례적으로 강성 노선의 후보 3명이 나란히 탈락해 눈길을 끌었다.
이 당선자가 다시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신임 노조위원장으로 뽑힌 데는 노조가 강성 노선 보다 실리 노선을 택했을 때 노사 모두 발전의 길을 걸었다는 지난 경험이 바탕이 됐다.
현대차는 파업을 하지 않았던 지난 2009~2011년 공적 자금을 수혈 받은 미국 업체, 리콜ㆍ엔고 및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악재가 겹친 일본 업체들이 부진한 사이, 빠르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갔다.
주요 시장인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은 2008년 3.0%에서 2009년 4.2%로 껑충 뛰었다. 2011년에는 5.1%로 5%대에 진입했다. 국내 공장의 생산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던 만큼 글로벌 판매도 쾌조를 나타냈다. 2009년 311만대에서 2010년 361만대, 2011년 405만대로 매년 성장세를 이어갔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사관계의 안정이 생산성 및 생산량 증대로 이어지며 회사 성장을 견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차업계의 재도약과 맞물려 무리한 파업을 일삼던 현 집행부가 들어서며 현대차의 질주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 2년간 현대차가 파업 및 잔업 특근 거부로 기록한 매출자질은 4조4000억원대에 달한다. 지난해 임금협상 기간에만 총 28차례의 파업이 단행되며 미국시장의 점유율은 4.9%(2012년)로 떨어졌다. 올 들어서도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15차례, 주간연속2교대제 관련으로 12차례 파업 및 특근거부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평균 재고일수는 업계평균(60일)을 훨씬 밑도는 40일까지 내려갔고, 주문이 쏟아지는데 파업으로 공장이 멈춰서면서 제때 차를 공급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새 집행부가 파업보다는 협상을 통해 실리를 얻는 스타일인만큼, 현대차의 오랜 고민으로 꼽혀온 파업공포도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 1987년 이후 단 4년간 무파업을 기록했고, 모두 실리파 위원장인 이영복 위원장(1995년), 이 당선자(2009~2011년) 시절에 이뤄졌다.
이 당선자는 "조합원들이 다시 저를 뽑아 준 것은 노조의 사회적 고립과 노동운동 자체를 좌우로 나누는 악순환을 끝내라는 요구"라며 "해마다 천문학적인 광고비와 사회공헌기금을 쏟아 붓고도 노조는 노동 귀족으로 낙인찍히고 회사는 협력사의 등골을 빼먹는 불법 경영자로 성토당하고 있다. 26년의 낡은 악습을 없애려면 회사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귀족노조' 타이틀을 벗어나기 위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소외계층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협력업체와 같이 상생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걸림돌은 남아 있다. 새 집행부가 40시간 완전월급제, 400만원대 기본급 시대 개막, 4000세대 전원주택지 분양, 성과분배 2배 확대 등을 내걸고 있어 향후 노사협상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실리파가 재집권하며 강성노선의 현장조직들이 맞서고 있어 노노갈등도 우려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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