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현대차·만도· 등 영업익 늘었지만 환손실에 주가는 하락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 3분기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에도 환율 때문에 우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보고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도 환율 변수에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실적이 아니라 환율과 궤를 같이하며 주가가 우하향 곡선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발광다이오드(LED) 대장주 서울반도체는 5일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늘었다고 발표했다. 매출 2702억원, 영업이익 319억원으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103%나 늘었다.
하지만 정작 주가는 5일 2.23% 내리며 3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6일 장 초반에도 2% 이상 추가 하락하며 4만1000원 선마저 무너졌다. 환율하락으로 보유하고 있던 외화표시 채권에서 환차손이 발생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연초 엔화 약세의 파고를 넘고 다시 상승 엔진을 가동한 현대차도 이달 들어 완연한 하락세다. 지난달 17일 장중 26만9000원까지 갔던 주가는 최근 24만원대까지 밀렸다. 3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켰지만 환율에 대한 부담이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현대차의 3분기 실적은 매출 20조8000억원, 영업이익 2조1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6%, 2%씩 증가했다. 문제는 수급의 열쇠를 쥔 외국인이 실적보다 환율에 더 주목했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31일부터 전날까지 3일 연속 현대차 주식을 순매도했다. 올해 말 ‘제네시스2’부터 시작되는 신차 사이클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환율 효과보다 더 클 것(LIG투자증권)이라는 등의 우호적인 전망은 힘을 쓰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 역시 큰 폭의 영업이익 증가가 환율에 묻혔다. 만도는 3분기 매출 1조3637억원(전년 동기 대비 +15%), 영업이익 711억원(+127%)을 기록했지만 190억원에 달한 환손실로 순이익은 344억원(+32%)에 그쳤다.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내내 매도 우위를 보이며 주가도 지난달 말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金) 대장주 고려아연도 환율이 변수로 떠오르며 시장 기대치에 부합한 실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금 가격 약세로 3분기 매출이 1조4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620억원으로 8.9% 증가했다.
이에 대해 지난달 30일 하이투자증권은 고려아연이 3분기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을 냈다고 평가하면서도 4분기는 환율이 4%가량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4.3% 내린 33만5000원으로 조정했다. 이후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 마감한 후 31만원대에서 게걸음을 하고 있다. 외국인도 4일 연속 순매도 중이다.
일각에서는 환율에 발목 잡힌 지금 상황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금 환율이 리먼 사태 이후 저점 구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 하락보다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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