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 대상 규모, 재원마련 계획조차 미확정…부처간 이견 걸림돌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연구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정부는 올 하반기 중으로 세부 사항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 전환 규모, 절차, 재원 마련 계획조차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연내 확정짓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6일 "(비정규직 연구원의 무기계약직 전환 관련) 구체적인 전환 규모와 전환 절차, 재원 마련을 검토 중"이라며 "타 부처, 출연연 연구회와도 이견이 있어 확정이 쉽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전환 규모다. 전환 대상을 두고 출연연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와 기재부 간 마찰이 있는 것이다. 앞서 미래부는 과학기술계 출연연 비정규직 연구 인력 5395명 중 1239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환 규모는 미래부와 합의가 안됐다"며 "6월 미래부가 내놓은 전환 규모를 두고 그 안에 담긴 기준들을 따져가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입장차가 있다"고 전했다.
기재부는 무기계약직 전환 규모를 확정짓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구직은 상시ㆍ지속 업무가 잘 구분되지 않는 만큼 전환 대상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구소는 경쟁을 통해 사업 기간이 정해져 있는 프로젝트를 따내는 경우가 많아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몇 년 뒤면 끝날 프로젝트를 상시ㆍ지속적 업무로 보고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 포함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재원 마련에도 이견이 있다. 기재부에서는 출연연이 자체 재원을 활용하도록 원칙을 세웠다. 무기계약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를 출연연의 사업비나 연구과제비에서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별도의 지원 없이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재원 마련 방안도 제자리걸음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최근 인사이동이 있어 내용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며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발표될 예정이지만 내부적으로 논의할 내용이 많아 확정 시점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라 상시ㆍ지속적인 업무를 하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2년이 지나면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출연연 연구원들은 전환 대상에서 제외다. 이에 지난 9월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계획'을 발표하면서 72개 출연연 비정규직 연구원의 무기계약직 추진 방안을 올 하반기 중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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