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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동보금자리 왜 축소했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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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빚 부담 줄이기 자구책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가 항동보금자리 내 임대 아파트를 1200여가구나 줄이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18조원이 넘는 SH공사의 부채 부담이 있다. 보상비와 건축비만해도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돼 추가 재정부담을 주는 임대주택 공급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서다.<본지 4일자 5면 기사 참조>


SH공사의 부채는 2008년 10조8090억원에서 지난 6월 기준 18조7590억원으로 73.5% 늘었다. 금융부채는 2008년 8조9466억원에서 지난 6월 12조4545억원으로 39.2%, 운영부채는 2008년 1조8624억원에서 지난 6월 6조3045억원으로 238.5% 급증했다. 2012년 말 부채비율이 346%로 불어났다. 연간 금융이자만 6330억원을 지불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 재무상태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대로 임대주택 확대정책을 고수할 경우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주택과 용지 매각도 여의치 않은 데다 기존 임대주택건물과 임대주택토지 등을 활용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서울시의 항동지구처럼 비슷한 사유로 다른 사업장의 임대주택 공급을 추가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항동지구 임대주택은 박 시장의 공약인 임대주택 8만가구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재정부담 때문에 임대를 대폭 줄인 것이어서 영향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서울시는 시내 모든 정비사업장을 대상으로 ‘임대 및 소형 확보’를 새로운 주택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개포동 주공아파트 주민과 장기간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같은 ‘다운사이징’ 열풍은 서울시 전역으로 확산됐다. 개발 이후 큰 평수로 이동시 자칫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는데다 대형만 고집할 경우 장기적인 시장 침체로 사업성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돼서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대형 주택을 줄이는 대신 중소형을 더 많이 지으려는 분위기에서 아예 중대형을 없애고 중소형 주택만 짓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시 역대 가장 큰 자체사업으로 꼽히는 마곡지구에도 임대와 소형 확보를 주문했다. 실제 1만2000여가구가 공급될 마곡지구 아파트 부지 16개 단지에는 약 7000여가구의 임대가 배정됐다. 전체 공급량의 50%가 넘는 것으로 단지와 동별로 분양과 임대를 적절히 섞은 구체적인 공급안도 마련했다.


반면 이번 5100여가구가 예정됐던 항동보금자리지구는 임대 물량을 1200여가구나 줄였다. 이 과정에서 임대와 분양 비율 역시 기존 6대 4에서 4.5대 5.5로 조정됐다. 여기에 황금부지로 시장의 관심이 높았던 마곡에도 조심스러워 했던 중대형을 항동지구에는 일반분 대부분을 배정했다. 재정부담이 큰 임대를 줄여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서울시의 전략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서울시의 이같은 결정에 건설업계와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개인 재산으로 분류되는 재건축 등에는 임대와 소형 확보를 요구하면서 서울시 자체 사업장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대를 마음대로 조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서울시가 재정부담을 이유로 임대를 줄이듯이 주민들의 재산권 보장을 위해 재건축 등 일반 정비사업장에 부과하는 과도한 임대비율도 조정해야 한다"며 "박 시장의 임대 8만가구 공급계획 달성을 위해 자체부담은 줄이고 서울시민 개인 재산을 과도하게 활용하겠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항동보금자리 왜 축소했나 했더니… 서울시와 SH공사가 조성 중에 있는 구로구 항동보금자리주택지구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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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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