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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과 출퇴근하는 첫 시각장애인 공무원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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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지난해 장애인 채용 확대 방침 후 안내견 동행 공무원 첫 채용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공무원 합격은 나를 사회와 연결시켜 준 '희망의 다리가 됐다. 이제는 내가 희망의 다리가 되어 시각장애인들을 돕겠다".


안내견과 출퇴근하는 첫 시각장애인 공무원의 사연 서울시 최초로 안내견과 동반 출퇴근하며 근무하는 시각장애인 공무원 최수연씨. 사진제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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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출근을 서두르는 바쁜 아침, 서울시청으로 출근하는 새내기 공무원 최수연씨(29·7급 주무관)의 출근길 풍경은 조금 남다르다. 1급 시각장애인인 그녀의 곁에는 눈이 되어주는 안내견 ‘온유’가 동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안내견 ‘온유’와 함께 지난 9월부터 서울시 장애인자립지원과에서 저소득 중증장애인 전세주택 제공사업과 교육에 관한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시청 1층 장애인자립지원과에 한켠에 있는 최씨의 자리엔 앞이 보이지 않는 그녀의 업무수행에 불편이 없도록 서울시가 마련한 광학문자판독기, 전자독서확대기, 점자라벨기 같은 시각장애인 정보통신 보조기기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녀의 옆자리엔 안내견 ‘온유’를 위한 공간도 따로 있다.


특히 온유는 지난 10월29일 서울시청을 시민들에게 전면개방했던 ‘청사 개방의 날’ 행사에서 시청을 방문한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최씨가 서울시에서 공무원으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시가 지난해 장애인 채용 비율을 3%에서 10%로 늘리기로 한 '장애인 희망서울 종합계획'이 덕이 컸다. 시는 장애인 합격자 수를 늘리는 한편 최씨처럼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에 대해선 시험 시간을 일반 시험시간의 1.5배에서 1.7배로 늘려줬다.


최씨는 한창 꿈 많을 나이인 13세에 갑작스런 시신경 위축으로 시력을 잃어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중고등학교를 특수학교에서 졸업하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그녀는 공무원 시험이 장애인들을 위해 점자시험지, 음성지원 컴퓨터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공무원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한다.


그녀는 시각장애인복지관과 시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에 수험교재를 점자 및 파일로 제작해줄 것을 의뢰해 2년 동안 이 교재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고, 2012년도 가을 서울시 공무원 공개 경쟁 임용시험에서 당당히 합격, 서울시 일반행정 7급 공무원이 됐다.


최씨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희망의 다리’"라며 "세상 주변을 맴돌던 내가 세상으로 나아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도록 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어 "이제는 내가 ‘희망의 다리’가 돼 자립에 어려움을 느끼는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제가 주변에서 받았던 도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씨는 또 “나와 온유가 살아가는 삶의 유형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주고 우리가 사회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서울시에 감사하다”며 “나와 온유의 삶이 어려움을 겪는 다른 이들에게 희망이 되고,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좋은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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