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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鬼胎배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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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계약재배 11만t 갈아엎기, 소모적 農政과 경제학 사이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 나는 귀태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배추다. 올해도 식탁에 오르지 못하고 밭에서 생을 마감하게 됐다. 나 같은 친구들이 전국에 3만7000포기(11만t) 정도 된다. 2년 전에 그랬다. '똥값'이라 불렸다. 그러다 작년에는 '금값'이라며 치켜세웠다. 올해는 다시 '똥값'이다.

올해 배추 농사는 대풍을 맞았다. 평년에 비해 생산량이 11% 늘었다. 그런데 정부가 자체적으로 계약재배한 배추 밭을 갈아엎겠다고 한다. 배추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최대 19만t까지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배추밭을 갈아엎어 농민들이 울상을 짓는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소식이 됐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배추 시장 정상화를 위해 배추를 폐기하는 것이 사실상 최선의 대안이다.

철마다 배추밭을 갈아엎을 수밖에 없는 까닭은 배추의 특성과 배추 유통과정의 특성 때문이다. 배추는 밭에 모종을 옮겨 심은 뒤 90일이면 수확이 가능하다. 재배기간이 짧기 때문에 전라도 지역의 수박 재배 농가에서는 여름철 수박 생산을 마치면 같은 자리에 배추를 심는 경우가 많다. 또 고랭지배추, 가을배추, 겨울배추 등 품종이 다양하다. 추위에도 견딜 수 있는 품종을 심을 수 있다. 특히 전년도에 배추 값이 올랐다면 이런 농가는 더 늘어난다. 수박밭을 놀리느니 배추를 심어 더 벌어보겠다는 것이다.


나는 '鬼胎배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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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배추 값은 떨어진다. 배추 값이 해마다 널뛰기를 하는 원인이다. 배추 값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배추를 팔아도, 밭에서 뽑아 트럭에 실어 시장에 가는 데까지 필요한 운송비,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차라리 밭에서 갈아엎어 거름으로 쓰는 것이 낫다는 계산이다.


배추의 유통과정도 배추 갈아엎기에 영향을 준다. 배추는 대부분 산지 유통인에게 '밭떼기'로 판매된다. 배추가 다 크기 전에 유통인들이 밭째로 배추를 사들이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식 이후 한 달 이내에 대부분의 배추밭이 산지 유통인들에게 팔린다"면서 "농민들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렇게 밭떼기로 거래되는 물량은 전체의 88%에 육박한다. 최근 농협이나 대형유통업체와 계약재배하는 물량이 늘고 있지만 대부분의 물량은 여전히 밭떼기로 거래된다.


밭떼기로 배추를 넘겨받은 유통인들은 가격에 따라 출하 여부를 조정한다.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려 한번에 물량을 내놓거나 수확기가 지나도 배추값이 오르지 않으면 밭에서 썩히는 경우도 다반사다. 농식축산식품부가 23일 계약재배 물량을 최대 11만t까지 갈아엎겠다고 한 것은 이런 유통상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여인홍 농식품부 차관은 "채소류는 심리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공급이 과잉된다는 느낌이 들면 투매로 흘러갈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 그 전에 배추가 시장에 한번에 쏟아질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계약재배 물량을 폐기처분해서라도 시장의 수급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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