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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공신' 배기은 사외이사, 효성 떠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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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사외이사 부임 이전부터 보유해 온 지분 중 96% 팔아…그룹 위기에 재임 부담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 효성그룹 창업공신이자 1999년 이후 그룹 사외이사직을 맡아온 배기은 사외이사(81)가 14년 이상 보유해 온 효성그룹 지분 중 96%를 팔았다. 사외이사 선임 이전부터 5000주 이상의 그룹 지분을 보유해왔던 배 이사가 사상 첫 지분 매도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석래 회장 부친인 고(故) 조홍제 회장과 삼성물산에 근무하며 효성그룹 창업의 기틀을 마련한 그는, 이후 그룹 전신인 동양나이론 부회장을 맡아 현재의 그룹 토대를 완성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에 일각에서는 수천억원의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효성의 현 위기를 통감하고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7일 효성그룹에 따르면 배 이사는 지난 7일 보유 지분 6220주 중 5981주를 주당 6만7472원에 장외매도했다. 1999년 사외이사직 선임 이전 5000여주의 지분을 보유했던 배 이사는 이후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 2004년 말 6220주를 끝으로 10여년간 지분변화가 없었다.


통상 사외이사의 지분 보유는 건전한 회사 비판을 가능케 하는 상징적 의미로 평가받는다. 주주 입장에 서서 회사의 의사결정을 견제·비판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대로 사외이사의 지분 매도는 통상 사외이사직 사임 전후에 일어난다. 회사의 중요 정보를 사전에 파악 가능한 위치에 있는 만큼 혹시 모를 미공개 정보 이용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다.

이런 의미에서 배 이사의 첫 지분 매도는 단순매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실제 배 이사는 우리나라 사외이사 1세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로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첫해(1998년) 효성그룹 사외이사로 선임된 배 이사는 허동섭 한진그룹 사외이사와 함께 14년째 사외이사를 연임한 우리나라 최장수 사외이사다.


배 이사가 효성그룹의 최근 위기를 통감하고 사외이사직에서 조기 사임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그룹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탈세 및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창업공신으로서, 최장수 사외이사로서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우회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조정실장(박사)은 “사외이사들의 지분 매도는 (일반 투자자들과 달리) 회사와의 연관성을 정리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며 “물론 개인 자금이 필요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지만 첫 지분 매도라는 점, 관련 회사가 큰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이어 “금융회사는 사외이사 임기 기한을 5년으로 제한하고 있고, 기업지배구조원도 의결권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반회사의 경우 7년 연임부터는 반대의사를 표명한다”며 “견제 기능보다 내부 사내이사와의 유착 관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배 이사의) 14년간 사외이사 재임은 (지분 보유의)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배 이사는) 그 누구보다 효성을 사랑하고 애정을 가지고 있는 분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현 시점에 사외이사 사임 의사를 전달받은 바 없으며 지분을 매도한 사유는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매도 이후 효성그룹의 주가가 오히려 상승했던 점을 고려할 때 투자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화진인더스트리 회장을 맡고 있는 배 이사의 효성그룹 사외이사 임기는 내년 3월18일까지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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