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알리 제이단 리비아 총리를 10일(현지시간) 새벽에 납치했다가 몇 시간 만에 풀어준 무장단체는 2년 전 카다피 정권 축출에 합류했던 전 반군조직의 일파인 ‘리비아 혁명 작전실’로 드러났다.
이 무장조직은 지난 5일 미국 특수부대가 트리폴리에서 리비아인 아부 아나스 알리비를 알카에다 지도자라며 체포한 데 대한 반발해 제이단 총리를 납치했다고 알자지리 등이 보도했다.
이 조직은 제이단 총리를 납치한 후 페이스북에 “리비아 정부가 미국 특수부대의 알리비 체포 작전을 알고 있었다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이 나온 뒤 그를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리비아 내에서는 주권 침해 논란이 일었고 정부가 작전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리비아 최고치안위원회(SSC) 위원장 하셈 베슈르는 제이단 총리가 납치되지 않았으며 정부와 연계된 리비아 혁명 작전실이 ‘공안 검사가 그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는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체포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제이단 총리는 풀려난 뒤 내각 회의를 주재하고 “이 사건은 정치적 대립의 결과”라고 말하고 국민에게 차분해 질 것을 촉구했다고 AP와 AF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제이단 총리는 이날 TV로 중계된 내각 회의에서 “정치적 대립이 리비아의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치안 담당 요원들이 리비아 국민과 외국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비아 혁명 작전실은 이날 새벽 트리폴리 코린시아 호텔에서 제이단 총리를 차에 강제로 태워 모처로 끌고 갔다. 제이단 총리는 수개월간 이 호텔에서 경호원과 함께 투숙 중이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제이단 총리는 지난해 10월 제헌 의회 투표에서 승리를 거두고 총리직에 올랐다.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소지한 제이단은 42년 철권 통치한 카다피의 정권하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다 인도 주재 리비아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1980년에 망명했다.
이후 1981년 국외에 있던 반체제인사들이 설립한 ‘리비아 구원을 위한 국민전선’에 가입했으며 제네바에서 리비아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는 과도정부 총리를 지낸 마흐무드 지브릴과 함께 카다피 정권에 맞서 싸운 반군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정을 끌어내는 데 중요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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