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벤처들 '신의 직장문화' 부럽네
자켓 벗고 호칭은 '레이' '제프' 등 영문이름으로
자유로운 소통 · 직원복지가 경쟁력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레이, 이번 프로젝트는 레이가 직접 나서서 소개를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제프 이번 건은 그레이스와 피터가 협업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내일 온라인으로 회의해봐요"
모바일 앱 '바이크서치'를 개발한 벤처 나인랩은 직급 대신 영문 이름을 호칭으로 통일했다. 여기서 레이는 주민 대표, 제프와 그레이스, 피터는 임직원들이다. 직급을 내세우기 보단 수평적인 소통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벤처들의 즐거운 기업문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상대방을 영문이름으로 블로그 넥네임으로 부르거나, 자켓 대신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는 등 뻔한 격식은 모두 버렸다. 젊은 창업자들이 판에 박힌 조직문화보다는 효율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즐거운 기업문화가 나은 서비스를 만들고 핵심 인재를 끌어오는데 경쟁력이 된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소셜 데이팅 앱 '너말고니친'을 개발한 울트라캡숑은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일주일에 단 1시간을 일해도 그 주에 해야 할 일을 하면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 권도형 울트라캡숑 대표는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호칭이나 출근시간 따윈 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부 소통도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그날 한 일의 프로세스나 성과, 협업 요청들을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처리한다. 이같은 자유로운 분위기가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어지기도 한다. 울트라캡숑은 최근 모바일 앱 가운데 처음으도 자체 광고모델을 선발하는 이벤트를 열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번 이벤트 모집에 전체 사용자 40만명 가운데 1500명이 지원할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파이브락스는 직원들끼리 닉네임을 통해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다. 이 회사를 창업한 노정석 이사는 총 네 번의 창업에서 상장과 매각을 모두 경험한 IT벤처계 유명인사다. 그가 네번째 창업한 파이브락스에서는 개발자들이 싸이클링을 통해 팀웍을 다진다. 파이브락스 관계자는 "매일 저녁 짝을 이뤄 남산으로 '업힐' 운동을 가는데, 자전거를 타면서 회사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며 "최근 자출족(저전거 출근족)을 위해 사무실에 샤워실도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모바일 플랫폼 광고 개발사인 모코플렉스 사무실에는 콘솔게임기가 있다. 직원들은 업무 시간 중 언제든 게임을 즐긴다. 집이 아닌 회사에서 직원들과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놀이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모코플렉스는 구글, NHN, 다음 등 대형 IT기업들의 주류를 이루는 모바일 광고시장에 흔치않는 신생 앱 개발사로, 엔젤투자자로 유명한 장병규 대표로부터 펀딩을 받은 기술력 있는 업체다. 박나라 모코플렉스 대표는 "직원들이 사용하지 않는 게임기를 직접 가져와 회사에 설치된 게임기가 한두개가 아니다"라며 "열심히 일하고 제대로 놀면서 만들어내는 서비스가 사용자들에게도 즐거움을 줄 것이란 생각에서 즐거운 놀이문화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리워드 앱 개발사로 유명한 앱디스코는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춤을 추는 등 즐거움을 주는 행동을 하면 포인트(적립금)을 쌓아준다. 일정 금액이 쌓이면 휴가나 병원 치료 등 보상을 해주기도 한다. 앱디스코 관계자는 "리워드 앱 개발사라는 회사 서비스에 어울릴만한 컨셉으로 직원 복지를 기획하게 된 것"이라며 "포인트별로 A4 한 페이지에 달하는 보상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고 전했다.
벤처업계 종사자는 "업무시간에 잠을 자거나 출퇴근 시간을 자율에 맡기는 등 IT벤처들의 자유로운 조직문화와 합리적인 사고는 서로간의 신뢰가 밑바탕이 돼 있어 가능한 것"이라며 "최근 대기업들이 SW인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여전히 IT벤처에 능력있는 인재가 모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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