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중국고섬 사태 회복에 1년 이상 소요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숲은 가꾸는 데 수십년이 걸리지만 산불로 몇 시간이면 잿더미가 될 수 있다. 신용이 생명인 금융투자업도 마찬가지다. 수십년 쌓아온 명성이 잘못된 투자 하나로 무너지기도 한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다음 달 2일 금융위원회는 중국고섬과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 2곳에 2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안을 심의한다. 앞서 지난 13일 한국거래소는 다음 달 4일 중국고섬을 상장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투자자들이 상장 주관 증권사와 담당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다음 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상장 직후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거래가 정지됐다는 점, 기업 실사 부실 문제로 금융당국이 대규모 과징금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고섬은 증권사 리스크 관리 실패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중국고섬 사태로 인해 입은 유무형의 손실을 따져보면 역으로 리스크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IB 명가도 단 1건의 실수로 2년간 침체= 중국고섬 사태는 상장을 주관했던 KDB대우증권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 공모 당시 떠안은 수백억원대 주식은 손실로 이어질 전망이고, 대우증권의 권유로 중국고섬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했다. 상장 당시 기업실사 의무를 충실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음 달 2일 금융위원회에서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위기에 처했다. 1건의 기업공개(IPO) 실패가 그야말로 ‘날벼락’이 된 셈이다.
특히 대우증권 기업금융 부문의 IPO 업무에는 직격탄이 됐다. 대우증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201억원을 넘었던 대우증권의 IPO 인수수수료는 중국고섬 사태가 터진 2011년 106억원으로 반토막난 후 지난해 28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2년 만에 수수료 수익이 86% 이상 급감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IPO 건수도 2011년 8건에서 지난해 2건으로 급감했다. 작년 11월 하이투자증권과 공동으로 CJ헬로비전의 상장을 주관한 이후 올해는 아직 한 차례도 IPO 주관사로 나서지 못했다.
이 같은 IPO 가뭄은 김기범 사장 취임 이후 1년여간의 노력으로 최근에야 해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상장을 준비 중인 현대로템, 동부생명 등과 IPO 주관 계약 체결 소식을 발표했다. 단 한 건의 실수를 만회하는 데 2년 가까운 시간을 들인 셈이다.
◆증권사 리스크관리 부실은 비용으로 직결= 부실한 리스크 관리는 수익성을 갉아먹는 것 외에도 다양한 문제를 낳는다. 특히 투자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금융회사 입장에서 이러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 증권사에서 잇달아 고객자산을 횡령하는 등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증권업계 전반에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도 지난달 금융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내부통제 강화방안을 수립해 추진해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증권업계 전반이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부진을 경험하면서 금융사고 위험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리스크 관리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각 증권사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지난해 총 22건으로 1년 전인 2011년의 16건에 비해 6건(37.5%)이나 늘었다. 이는 금감원이 연 단위로 집계해 공시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증권사의 경우 리스크 관리 실패가 중국고섬 투자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처럼 투자자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치명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증권사들은 총 381건의 소송을 진행 중인데, 이 중 각 사가 원고가 아닌 소송이 270건에 달한다.
3월 말 기준 전체 소송 규모는 1조1300억원에 달할 정도다. 이 중 각 증권사가 원고가 아닌 경우, 즉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을 당한 경우가 8000억원에 육박했다. 2년 전에 비해 36% 가까이 급증하는 등 소송 규모는 꾸준히 불어나고 있다. 앞으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재우 기자 jj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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