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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와 실물 경제간 괴리로 저속성장하고 있는 미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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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과 성장률 가계자산과 부채 등 개선됐지만 가계와 기업 소비 신중히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미국 경제를 판단하기가 참 쉽지 않다. 성장률과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고, 주식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가계 순자산도 늘어나 소비자들이 돈을 많이 쓸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다.기업도 자본재를 구입하지 않는다. 전부 현금을 손에 쥐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의주시하는 국면이다.



지표상 미국 경제는 순항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분기 성장률은 2.5%로 전문가 예상치 2.2%를 웃돌았다. 경제활동의 70%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지출이 1.8% 늘고, 기업 지출은 9.9% 증가했으며, 주거용건축이 12.9% 증가한 데 힘입은 것이다.


고용 사정도 좋다. 8월 실업률은 7.3%로 낮아졌다. 1월(7.9%)에 비하면 0.6%포인트나 낮아졌다.



민간 소비주체인 가계 자금 사정도 좋아졌다. 2분기 가계 순자산은 74조80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1분기보다 1.8%,1조3400억 달러 늘어난 것이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상승이 효자였다.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1분기 중 10% 오른데 이어 3월29일부터 6월28일까지 3개월 동안 2.4% 상승했다. 주택가격도 올랐다. 부동산 가치를 측정하는 S&P 케이스 쉴러 지수는 7월 중 20개 도시에서 전년 동기에 비해 12.4% 상승했다. 금융자산은 6740억달러,부동산은 6023억달러 증가했다.



반면, 가계부채는 0.2%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갑 사정이 좋아지면 돈을 쓸법도 한데 미국인들은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는다. 블룸버그보도에서 그 단초를 읽을 수 있다. 블룸버그는 월마트가 재고누적으로 3분기와 4분기 주문을 줄이겠다고 납품업체들에게 메일을 보냈다고 26일 보도했다. 물론 월마트는 이를 “순전히 거짓”이라고 부인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블룸버그는 월마트 본사의 주문담당 매니저가 지난 17일 한 납품업체에 보낸 이메일에서 “3분기와 4분기 주문을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른 납품업체도 비슷한 메시지를 받았다고 이 업체는 전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미국 월마트의 상품 재고 증가율이 매출증가를 경쟁업체들보다 월등히 앞선다면서 이것은 소비자들이 월마트 추정보다 돈을 덜 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월마트의 매출 증가율은 부진하다. 2분기 중 동일점포 매출이 0.3% 하락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들이 돈을 막 쓰는 것도 아니다. 원료와 재료, 컴퓨터와 기계, 공장설비 등을 포함하는 자본재 주문도 예상만큼 늘지 않고 있다.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항공기 제외 비군용 자본재 설비 주문은 8월에 1.5% 증가했다. 7월에는 3.3% 감소했다. 8월 수치는 블룸버그가 조사한 전문가 예상 중간값 2% 증가보다 낮다.



미국 HSBC증권의 케빈 로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문이 늘고는 있지만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잠재수요 증가를 확신할 때까지 설비확장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건은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2년 동안 내구재 주문에 대한 예측을 두 번째로 잘 한 전문가로 평가한 인물이다.



잭 루 재무부 장관이 다음달 17일께면 재무부 금고가 비어 연방정부를 폐쇄해야 할 판이라고 밝힌 마당에 기업이 무슨 생각으로 설비를 늘리겠는가?



그래도 희망은 있다. 미래 기업의 설비투자 지표로 쓰이는 내구재 주문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7월 8.1%나 감소한 내구재 주문은 8월 0.1% 증가했다. 5월 이후 최고치다.



또 자동차 판매가 늘고 있다는 점도 희망을 걸게 하는 대목이다. 승용차와 경트럭 등 자동차 판매는 지난달 연율로 환산해 1600만대로 2007년 11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제너럴 모터스,포드,도요타 등 거의 모든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가 늘었다.



이는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의 돈을 쓰고 있는데 따른 결과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양적완화에 따른 저금리에다 자동차 업체들이 구매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대출조건을 완화한 것도 보탬이 됐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자동차 판매가 늘면 생산설비 확장, 인력채용 확대, 가동시간 연장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요컨대 미국 경제는 확장을 하기는 하는데 경제주체들의 신중한 대응으로 매우 ‘완만하게’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이는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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