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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소니도 '부서갈등'에 무너졌다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지난 7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발머는 각 사업부들이 더 민첩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부문 전략의 집합이 아닌 하나의 회사에서 나오는 하나의 전략으로 집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MS 내 만연하던 부서 이기주의를 뿌리 뽑기 위한 결단이었다.


MS 부사장으로 재직했던 딕 브라스는 2010년 2월 뉴욕타임스의 칼럼을 통해 MS가 태블릿PC에 오피스를 연동시키지 못했던 배경을 밝혔다. 당시 오피스를 담당하고 있던 부사장이 태블릿PC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봐 오피스 연동에 협조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MS는 태블릿PC 개발에 힘을 쏟았지만 시장을 선점할 수 없었다.

부서 내 소통불화와 이기주의는 비단 MS만의 문제는 아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8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타 부서에 업무협조를 요청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항상 겪거나 자주 겪는다'는 답변이 27.6%(228명), '가끔 겪는다'는 답변은 40.3%(332명)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0.8%(172명)는 업무협조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직 중인 회사에서 부서 간 업무협조가 잘되냐'는 질문엔 48.9%(404명)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업무협조 문제로 사업에 차질이 생긴 경우를 '자주' 또는 '매번 봤다'는 응답도 43.8%(362명)에 이르렀다.


MS·소니도 '부서갈등'에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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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LG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혁신적이고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부서 내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기업의 외부환경에 민첩하게 반응하고 경쟁사보다 민감하게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부서 간의 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혁신 컨설턴트인 사울 카플란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내부에 있는 역량부터 재조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혁신은 지금 바로 옆에 있지만 간과하고 있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서 내 이기주의는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인가. 부서 이기주의는 조직 내에서 '업무협조가 안된다' '정보 공유가 어렵다'는 등 구성원들의 말을 통해 막연히 인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부서 내 이기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직 차원에서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부서가 이기주의가 심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성과업적주의만이 능사가 아니다=조직 전체적으로 부서 이기주의가 만연하다면 인사 제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할 수도 있다. 부서 단위의 성과에 대한 보상이 클 경우 구성원들은 당연히 자신이 속한 부서에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다임러 그룹과 미국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독일과 미국 경영진 사이의 입장 차이로 실패하게 된 대표적 사례다. 다임러사는 영업비밀 유지라는 명목으로 크라이슬러사와 생산 라인을 공유하는 것을 꺼렸다. 또한 인력 감원과 공장 폐쇄를 결정하는 잣대를 크라이슬러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적용하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를 꿈꾸며 합병을 시도했던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실패는 융합과 협력보다는 반목과 대립으로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이기주의의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부문 간의 이해충돌은 전체 관점의 보상을 강화하는 쪽으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월트 디즈니사는 놀이동산, 영화, 만화, 캐릭터 등 다양한 수익 구조 부문 간의 협업을 위해 '30% 협업 성과 보상'을 도입했다. 사업부 간 시너지 창출을 위해 임권 급여에 영향을 미치는 평가의 70%는 자신이 속한 사업부의 매출로, 나머지 30%는 다른 사업부와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매출액으로 정해 긴밀한 협업을 유도하고 있다.


◆컨트롤 타워는 경영진의 몫=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워크맨, CD플레이어 시장까지 섭렵하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지목되던 소니는 어느새 시장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 기업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2003년 소니가 야심 차게 발표한 '트랜스포메이션 60 전략'은 소니의 전자와 콘텐츠 사업 부문의 부서 이기주의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했다. 소니의 전자 사업부문은 소니의 음악 콘텐츠를 활용해 자사의 기기를 음악계의 표준 기기로 만들려 노력했다. 또한 콘텐츠 사업부문은 음원의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음원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판로를 막았다. 전자부문과 콘텐츠 사업부문의 시대착오적 발상은 자사의 휴대용 음악기기에서만 지원되는 파일 포맷을 고집하는 결과를 낳았다. 조직이 분명한 목표를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 컨트롤 타워가 아쉬운 부분이다.


2009년 미국의 리더십 교육기관인 센터 포 크리에이티브 리더십(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이 128명의 최고경영자와 임원진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86%의 응답자들이 조직 내 장벽을 없애도록 노력하는 역할이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본인이 이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 중이라고 대답한 이는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이자 '파괴적 혁신' 이론의 창시자로 잘 알려진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부서 이기주의야말로 내부 역량 결집을 통해 나올 수 있는 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고 말한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내부로 시선을 모아 외부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흡수할 수 있는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일일 것이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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