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키높이 예산'…삐끗하면 재정펑크
민간전망치는 3.6%로 낮아…성장률 달성 못하면 세수감소 불가피
취득세 감면·무상보육 따른 지방재정 보조율 인상폭도 갈등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사회간접자본(SOC)은 줄이고, 복지는 늘린다. 산업·중기 부문, 농림·수산·식품 부문 예산은 적정수준을 유지하되 효율성을 높인다."
내년도 예산안의 기본 골격이다. 정부는 복지 예산을 대폭 확충함으로써 박근혜정부의 핵심 공약인 무상보육, 기초노령연금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다만 복지와 교육, 문화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문별 예산은 올해와 비교해 동결 혹은 축소하기로 했다. 기재부가 밝힌 내년도 예산 편성의 기본 방침은 "전략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 '해야 할 일'은 적극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정과제는 공약가계부의 큰 틀을 유지하되, 재정여건, 사업여건 변화 등을 감안해 순차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 예산은 절대액이나 비중면에서 모두 역대 최고 수준으로 확대된다. 현 부총리는 "복지분야는 투자규모가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서며, 총지출 가운데 복지 지출 비중도 역대 최고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지방자치단체와 갈등을 빚었던 영·유아 보육비 등의 문제는 이번 예산 편성을 통해 일부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 7월부터 추진할 예정인 기초노령연금이 이번 예산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교육예산과 문화예산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SOC 투자는 줄어든다. 기재부는 '투자내실화'를 통해 SOC 투자 감축을 시사했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SOC에 대한 집중 투자가 이뤄진 만큼 SOC 투자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 부총리는 "민간투자, 공공기관 투자를 통해서 건설산업의 실질 투자규모는 적정수준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중기 분야는 맞춤형 지원으로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고, 농림분야는 농민직접지원사업 위주로 개편해 농민들의 정책 체감도를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 부문 예산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분야별 추진상황을 반영하면 내년도 전체 예산은 올해 예산 342조원(추경 편성 이전)에 비해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입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 현 부총리가 이날 당정협의 자리에서도 "내년도 총수입증가율이 금년 봄 예산과 비교해 감소하는 등 세입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올해와 같은 세수부족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내년 예산도 20조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재정 적자도 23조4000억원인 데 이어 내년에 또 대규모 적자 재정이 꾸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성장률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2.7%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4%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이번 예산안도 이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전제로 짜여졌다. 하지만 민간에서 전망하는 경제성장률은 이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내년도 전망치도 3.6%로 정부 목표치와 0.4%포인트 차이 난다. 성장률이 낮아지면 필연적으로 소득세, 소비세 등의 세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예상한 수준의 성장률이 달성되지 않을 경우에는 적자 예산의 폭이 더 확대돼 올해와 같은 어려움을 반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방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관건이다. 지방세인 취득세가 감면되면서 지방 세수는 줄어들었고, 무상보육 정책의 여파로 지방세 수요는 증가했다. 기재부도 보육보조율을 인상해 지자체 복지지출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은 정했지만 보조율 인상폭을 놓고 중앙과 지방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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