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의결권 제한 칼빼자, 재계 '발끈'
-외국자본 적대적 M&A 노출…집단소송제엔 이중처벌 우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9월 정기국회에서 눈길을 끄는 경제법안 가운데 하나는 대기업 금융회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지분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금융사 의결권 제한이다. 또 갑을(甲乙)관계 개선을 위한 집단소송제 도입 여부도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경제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대기업에 소속된 금융ㆍ보험회사 등 금융계열회사는 비금융계열회사의 의결권 행사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를 겪은 이후인 2001년 외국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금융계열사가 비금융계열회사 임원의 임면, 정관변경 및 합병, 영업양도와 같은 경영권 방어와 관련 있는 사항 결의시에는 계열사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시행 초기 30%까지 행사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15%로 낮아졌다. 현재의 의결권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의 가장 큰 이유는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대규모 산업자본이 고객 자금을 활용해 대주주 지배력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치권 모두 금융회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에 지분 의결권을 제한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논의되고 있는 법안별로 수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김상민 의원은 의결권을 2017년까지 5%로 줄이자는 법안을 발의해둔 상황이다. 이에 비해 같은 당 강석훈 의원은 비금융계열사의 주식 의결권 행사는 2017년까지 5%로 낮추되 외국자본의 적대적 M&A를 방어해야 할 때는 금융계열사의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해 15%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절충안을 내놨다.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 등에 넘길 경우 의결권을 최대 15%까지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셈이다.
공정위원회는 강 의원 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 의원 안은 적대적 M&A를 방어하는 데 부담이 크다"며 "강 의원 안이 상대적으로 타당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는 금산분리와 관련해 국내 기업이 외국자본의 적대적 M&A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재계는 비금융계열사 지분율에 제한을 두면 연구개발 및 투자에 쓰여야 할 자금이 경영권 방어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왜곡된 갑을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집단소송제도 역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집단소송제는 기업이 법을 어겨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 일부 피해자가 소송을 걸어 승리하면 다른 피해자들도 소송을 걸지 않고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가격담합이나 일감몰아주기 등 기업의 불공정행위와 관련해 대표자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나머지 피해자는 소송 없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담합 외에도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행위 등에 대해서도 소송을 허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내놨다. 이 밖에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등과 같은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도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갑을관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의 경우 3배, 위법 행위가 반복적이고 악의적으로 이뤄졌을 때 10배 이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이 의원의 안은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과도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재계도 집단소송제와 관련해 '과잉ㆍ이중' 처벌을 우려하는 동시에 기업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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