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KAI가 대한항공에 매각되는 것에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국내에는 삼성그룹이나 현대자동차그룹 외에는 인수할 만한 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형전투기사업 추진 등을 위해 정부 산하 기업으로 계속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하 사장은 9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KAI 매각은 단기간 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누가 KAI를 인수하는지는 문제가 아니다"며 "KAI를 성장시킬 역량 있는 기업이 인수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하 사장은 "KAI의 자산은 크게 기술, 인력, 마케팅으로 구성된다"며 이를 활용해 KAI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기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하 사장은 "세 가지 조건을 갖춘 기업은 국내에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밖에 없다"며 "이들 기업은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단행하고 있으며 우수한 엔지니어와 함께 전 세계적인 마케팅 조직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해당 기업들은) 10년간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성공여부를 확정할 수 없는 항공산업에 뛰어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과 현대차는 현재 KAI의 지분 10%씩을 보유한 2대 주주다.
최근 매각입찰에 참여한 대한항공에 대해 하 사장은 "개발인력은 부족하고 부채 비율은 800% 정도이며, 재무관리약정까지 맺어 자금이 부족할 것"이라며 "해외에서 오는 손님은 반겨도 마케팅 조직은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역량부족이라는 것이다.
T-50i기 첫 수출과 관련, 하 사장은 "10일 우리나라 기술로 개발된 초음속항공기 T-50i가 처음 해외로 수출된다"며 "필리핀과 이라크 수출 계약도 임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AI는 이날 수출하는 T-50i기 2대와 함께, 향후 T-50i기 4대와 FA-50기 10대를 인도네시아에 인도할 예정이다. KAI는 또 필리핀, 이라크 등과 납품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미국에 약 350대 규모 납품계약도 추진 중이다.
하 사장은 KF-X사업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3000~4000대가 운용되고 있는 F16기가 2020년께 교체시기를 맞는다"며 "아무도 개발에 나서지 않을 때 우리가 먼저 개발하면 교체 수요가 일어나는 시점에 제3국 등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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