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색깔은 어느 리그와 닮아 있을까. 글쓴이는 미국 메이저리그보다 일본 프로야구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스몰볼’이라 불리는 지키는 야구다.
최근 글쓴이에겐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매일 메이저리그 하이라이트 방송을 시청한다. 프로그램에선 후반 뒤집히는 승부가 자주 발견된다. 타격이 강한 리그에서 한 점 차 리드를 지키기란 어렵다. 그래서인지 선수들은 한두 점 차 리드를 잃어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그저 시즌의 일부로 여기는 듯하다. 프로야구와 사뭇 다른 풍경이다.
가장 큰 차이는 무사 2루 상황에서 나타난다. 프로야구는 한 점을 내려고 희생번트를 자주 댄다.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선수들에게 해결법을 맡긴다. 결과는 큰 차이가 없다. 번트를 댔을 때의 득점력이 2%가량 높을 뿐이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그 2%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지키는 야구에 대한 정서가 뿌리 깊이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수성에 실패하면 선수들은 상당한 피해의식에 시달린다. 코치진이 입는 타격도 만만치 않다.
삼성은 최근 2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런 그들도 매년 역전패를 당한다. 물론 다른 팀에 비해 그 횟수는 적다. 그 중심에는 초특급 마무리 오승환이 있다. 프로야구에서 그만큼 꾸준히 클로저 역할을 해내는 선수는 없다. 구위, 제구, 위기관리 등에서도 비교대상이 없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가 발견된다. 대부분의 팀이 수준급 마무리 없이도 지키는 야구를 추구한단 점이다. 적당히 점수를 뽑으면 상대의 추격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투수진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올 시즌 전 각 구단들은 외국인선수를 모두 투수로 영입했다. 그 대부분은 선발투수로 기용된다. 국내 투수들은 남은 세 자리의 선발 로테이션을 놓고 치열할 경쟁을 벌인다. 여기서 밀리면 불펜으로 자리를 옮긴다.
올 시즌을 되돌아보자. 총 19명의 외국인투수 가운데 절반가량은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차라리 타자나 마무리 전문 투수의 영입이 선수단에 더 도움이 됐을 것이다. 팀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모든 외국인선수를 투수로 데려온다는 점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 여파로 올 시즌은 홈런 가뭄이다. 팀 홈런 100개 이상을 터뜨리는 팀이 넥센(102개) 한 곳이다. 꼴지 한화는 37개밖에 치지 못했다. 롯데와 LG도 각각 46개와 54개로 적은 편이다. 이 정도면 ‘대흉년’이란 말을 붙여도 무방해 보인다.
적은 홈런은 관중동원이나 야구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키는 야구에 발목 잡혀 있는 프로야구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야구인 개개인에게도 적잖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매 경기 어려운 승부는 선수, 지도자 모두를 지치게 만든다. 그 스트레스는 은퇴 뒤 심각한 후유증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한국 야구에 깊숙이 스며든 ‘스몰볼’의 나비효과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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