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개발땐 성공확률 낮아…유망기술 보유한 벤처社 투자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최근 바이오벤처 크리스탈지노믹스(이하 크리스탈)가 화일약품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한미약품에 세간의 시선이 쏠렸다. 한미약품이 조중명 대표에 이은 2대 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데, 국내 제약사가 바이오벤처에 눈독을 들이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이 바이오벤처와 손잡고 신약개발에 나서는 '개방형 연구개발'(C&D)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관심이 쏠린 한미약품은 지난 2008년 156억원 어치 크리스탈의 지분을 획득하는 등 총 201억원을 쏟아부었다. 일찌감치 크리스탈의 신약 연구개발(R&D) 역량을 간파하고 투자한 것. 현재 한미약품은 크리스탈 지분 10.92%를 보유하며 최대주주인 조중명 크리스탈 대표(14.31%)에 이은 2대 주주다.
한독(구 한독약품)도 지난해 9월 330억원을 투자해 제넥신 지분 19.7% 등을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두 회사는 앞서 바이오 신약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고 7월에는 성장 호르몬 제품 공동 개발을 위한 계약을 맺었었다.
유한양행도 지난해 11월 296억원을 들여 한올바이오파마의 지분 9.09%를 확보한 데 이어 12월 유전체분석업체 테라젠텍스의 지분 9.18%(200억원)를 매입했다. 둘 다 경영권 참여를 목표로 했다. 동아에스티는 신약 공동 연구개발을 위해 지난 2000년과 2005년 바이오벤처 TG바이오텍과 제넥신에 투자, 각각 6.35%, 2.8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녹십자는 아예 바이오벤처를 인수했다. 지난해 8월 150억원을 들여 당시 이노셀을 인수하고, 사명도 녹십자셀로 바꿨다. 이 외에도 PBS바이오텍, 마크로제닉스 등 국내·외 10여개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R&D와 생산기술 개선, 단순 투자 등의 다양한 목적으로 바이오벤처에 투자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종근당은 계열사인 CKD창투를 통해 바이오벤처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CKD창투를 통해 CKD3호(2009년 4월 결성), CKD5호(2013년 1월 결성)의 투자조합을 운영하며 약 70억원을 굴리고 있다. 주요 투자처로는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베터를 개발 중인 알테오젠, 식물성 단백질 펩타이드 의약품 원료 생산공장을 보유한 애니젠, 바이오신소재 개발업체 파이온텍 등이 있다.
제약사들이 바이오벤처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유망한 '파이프라인'(신약개발 후보)을 찾기 위해서다. 한 개의 신약을 개발하는데 평균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1조~2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이마저도 성공 확률이 10%를 밑돈다.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위험이 높다. 따라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신약 개발에만 매달리기 보다 유망한 후보군을 찾아 손잡는 편이 훨씬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다.
제약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역량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바이오벤처의 경우 신약 파이프라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찾아 벤처에 투자하는 사례는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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