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그냥 폐기물 매립지로 놔둬야 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골프장'이 바로 23일(한국시간) 1라운드가 끝난 '플레이오프 1차전' 더바클레이스(총상금 800만 달러)의 격전지 리버티내셔널골프장(파71ㆍ7400야드)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지난해 81명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10점 만점에 평점은 4.58점에 불과했다. "좁기만 하고, 장점은 하나도 없는 곳"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아마추어골퍼들에게는 그러나 회원권 값이 50만 달러가 넘고, 연회비도 만만치 않은 최고급 회원제코스다. 뉴욕 건너편 뉴저지주 저지시티에 자리 잡아 코스에서 맨해튼의 마천루와 미국의 상징 자유의 여신상을 느긋하게 조망할 수 있다는 것부터 독특하다. 17, 18번홀 옆에는 허드슨 강이 흐르고 있다. 물론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워터해저드와 질기고 긴 러프 때문에 아마추어골퍼들이 스코어를 내기는 더욱 어렵다.
리복(Reebok)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운 폴 파이어맨이 조성한 코스다. 어린 시절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며 돈을 벌었고, 가족이 운영하던 아웃도어 사업을 도왔던 파이어맨은 중소기업이었던 리복의 북미 판매권을 사들여 승승장구했고, 1984년에는 리복 전체를 인수했다. 61세인 2006년 리복의 경영에서 손을 뗀 뒤 정유회사들이 소유했던 폐기물 매립지에 무려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명코스를 만들겠다"는 꿈을 완성했다.
코스는 '1992년 US오픈 챔프' 톰 카이트(미국)의 오랜 선수 생활 경험과 코스디자이너 밥 커프의 철학을 더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파5의 8번홀이 611야드에 육박할 정도로 일단 길고, 좁다. 티 샷의 정확도가 우승 진군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이번 대회를 위해 지난 가을 14개 홀에 걸쳐 리뉴얼이 이뤄졌다는 점도 관심사다. 대다수 홀의 페어웨이가 조금씩 넓어진 반면 벙커가 추가됐다. '승부처'는 그린이다. 미세한 브레이크가 선수들에게 혼선을 빚게 만든다.
2009년 더바클레이스에서는 히스 슬로컴(미국)이 최종일 5번홀(파4)에서 158야드 거리의 두 번째 샷을 그대로 홀인시키는 '샷 이글'을 동력으로 4언더파를 작성하며 역전우승을 일궈냈다. 슬로컴은 더욱이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 124위로 출전해 '꼴찌의 반란'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1타 차 공동 2위에서 입맛을 다셨던 타이거 우즈(미국)가 4년 만에 돌아온 리버티내셔널에서 '설욕전'을 노리고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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