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 완화 축소 우려로 미국 국채 금리(수익률)가 급등하면서 아시아 신흥국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글로벌 투자 자금이 아시아권 신흥 시장에서 빠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인도의 루피화가 사상 최저치로 폭락하는 등 그 피해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머니 등은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출구전략과 이에따른 국채 금리 상승이 인도를 경제위기 공포로 몰아 넣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인도의 루피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인도 증시의 센섹스 지수도 19일 1.6% 하락하는 등 지난 1개월 동안 10% 이상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인도 금융시장은 최근 글로벌 투자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매달 850억 달러를 시장에 공급해온 미국의 FRB의 양적 완화로 조치로 인해 풍부해진 투자자금은 한동안 성장성이 높은 신흥 경제 시장에 몰렸다.
그러나 아시아권의 신흥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고,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해외에서 몰려왔던 투자금이 회수되고 있다. 이로인해 대외 자금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인도 경제는 루피화 하락 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구조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 등 정부가 나서 루피화 하락을 방어할 충분한 여력이 있다며 시장을 달래고 있으나 불안 심리는 좀처럼 수그러 들지 않는 분위기다.
인도는 원유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아 환율 변동은 물가 인플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도 비슷한 처지에 몰려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역시 지난 19일 4년래 최저 수준으로 가치가 떨어졌다. 주가는 무려 5.6%나 떨어지며 폭락 장세를 보였다.
태국도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바트화도 달러화에 대해 가치가 급락했고 주식시장은 한꺼번에 3.3%나 하락했다.
태국은 1996~1997년에 전세계를 강타한 외환위기의 근원지였다. 인도 역시 1999년 혹독한 외환위기를 경험했다. 이때문에 정부의 적극 개입에도 불구하고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오히려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같은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점차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FRB가 예상대로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양적 완화 축소에 나설 경우 국채 금리 변동성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뉴욕 채권시장에선 이미 7월 FOMC 회의록 공개를 앞두고도 10년물 국채 금리가 3%에 육박하는 급등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출구전략이 시작되고 시장에 안정감을 확인시켜줄 때까지 국채 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아시아는 물론 중남미의 신흥 국가도 글로벌 투자 자금 이탈로 인해 일제히 경제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김근철 기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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