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건설공사를 분야별로 쪼개 시공사를 선정하는 '분리발주' 방식이 시범사업부터 착수된다. 다만 시범사업을 통해 부정적 평가가 나올 경우 당초 계획과 달리 활성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공사 분리발주 법제화를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분리발주에 대한 종합건설업계와 전문건설업계의 의견 차이가 워낙 커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시범사업을 해보고 문제점을 파악해 해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분리발주는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지만 본격 시행을 앞두고 업계 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돼 왔다. 이에 정부는 분리발주 제도에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시범사업을 통해 파악, 업계를 설득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리발주는 건설공사를 할 때 토공사, 철근콘크리트공사, 방수공사 등 공종별로 나눠 발주자가 각각의 시공사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 건설폐기물처리용역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공사가 통합발주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종합건설업체가 원도급자로서 각 공종별로 전문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대신 모든 공사에 대한 책임은 종합건설업체가 지게 된다. 공사에 대한 책임소재가 분명하기 때문에 발주처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소관법령인 국가계약법을 담당하는 기재부는 당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부터 논의가 됐기 때문에 지난 4월께 시행령을 개정하는 등 국정과제 실천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처내 이견과 업계의 반발로 한발 물러난 것이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분리발주 법제화 논의가 제기된 가장 큰 이유는 불공정 하도급 때문"이라며 "따라서 우선은 불공정 하도급 문제 개선에 힘쓰고 건설산업 시스템과 관련한 분리발주 문제는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분리발주에 대한 시범사업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분리발주 법제화에 반대하는 종합건설업계 관계자는 "분리발주는 공사의 품질, 기간, 하자보수 등의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공사비 증가와 공기 연장 등으로 이어지는 위험성이 있다"면서 "정부가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분리발주 법제화를 통해 전문건설업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인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분리발주 법제화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시범사업을 한다는 건 분리발주 법제화를 안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부는 분리발주 법제화를 시범사업 이후로 미루는 대신 불공정 하도급 개선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주계약자공동도급제 확대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종합건설업체(주계약자)의 하도급형태로만 정부공사에 참여하던 전문건설업체가 공동계약자 형태로 정부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이다.
2005년부터 시행됐으나 대부분 소규모 사업 위주로만 적용돼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대규모 공사에는 지난해 12월 조달청이 발주한 1496억원 규모의 국민건강보험동단 본부 신사옥 건축공사와 1396억원 규모의 진접~내촌 도로건설공사에서 처음 집행됐다.
이와 함께 불공정 하도급 계약 무효화, 저가 낙찰 공공공사(낙찰률 82% 미만)에 대한 발주자의 하도급 대금 직불 의무화, 동일업종간 하도급 금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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