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달라진 한국 축구'라 평가하기엔 2% 부족했다. 그래도 아직은 판단 유보다. 해외파가 합류한 '최정예 홍명보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A대표팀은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7월 동아시안컵, 8월 페루와의 평가전 등 총 네 경기를 치렀다. 모두 K리그-J리그의 젊은 선수 위주로 임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에 가까웠다. 수비 조직력과 공격 전개 면에선 합격점을 받은 반면 문전 마무리가 부족했다. 총 58회 슈팅 중 단 한 차례 골문을 갈랐다. 골이 없으니 과정이 결실을 보장하지 못했다. 3무1패, 아직 승리가 없다.
자연스레 해외 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의 합류에 기대가 쏠린다. 다음달 6일(상대 미정)과 10일(크로아티아)에 있을 A매치에는 유럽파 등이 모두 가세한 최정예가 가동된다. 손흥민(레버쿠젠) 이청용(볼튼)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지동원(선더랜드) 김보경(카디프 시티) 박주호(마인츠) 등이 홍명보호 승선 예약자 명단에 오른 이름들이다.
방점은 공격 쪽에 찍힌다. 최전방 원톱부터 2선 공격진까지 변화가 예상된다. 홍 감독은 그동안 원톱에 김동섭(성남) 김신욱(울산) 조동건(수원) 서동현(제주) 등 K리거 공격수를 대거 점검했지만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무엇보다 골을 넣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미드필드에도 윤일록(서울) 이근호(상주) 정도만이 합격점을 받았다. 9월 A매치에선 유럽파가 대거 나설 전망이다.
예상 답안 중 하나는 원톱 지동원-처진 공격수 손흥민이다. 지동원은 아시안게임-올림픽 대표팀 시절에도 원톱을 소화한 적이 있고, 홍 감독이 원하는 원톱의 움직임을 가장 잘 이해하는 공격수 중 하나다. 손흥민은 득점력과 슈팅 면에선 단연 돋보이지만 분데스리가에서도 원톱을 본 경험은 거의 없다. 투톱 혹은 처진 위치에서의 움직임이 더 좋다. 둘은 지난해 크로아티아와의 원정 평가전에서 전반 45분간 함께 전방에 나선 적이 있다. 경기력도 만족스러웠던 만큼 가장 유력한 선택지다.
이청용은 오른쪽 붙박이다. 다만 구자철-김보경의 위치는 손흥민의 활용법과 관련이 깊다. 손흥민이 중앙에 설 경우, 구자철은 공격형이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 투입될 수 있다. 하지만 구자철은 전진 배치됐을 때 가진 역량이 가장 잘 발휘된다. 그렇다면 왼쪽 손흥민-구자철 중앙-오른쪽 이청용의 포지셔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김보경은 중앙과 측면 모두 소화 가능한 자원이다. 따라서 이들 세 명의 컨디션 여부에 따라 위치, 선발 혹은 교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박주영이다. 소속팀 아스날에서 전력 외 취급을 받고 있다. 새로운 팀을 알아보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 홍 감독은 14일 페루전 직후 "팀에서 경기를 나가지 못하는 선수는 대표팀에 소집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못 박았다. 박주영이라고 예외를 둘 순 없다. 당장 새 소속팀을 찾아 9월 A매치 전까지 꾸준히 4~5경기를 소화하지 못 한다면, 홍명보호 승선은 어려워 보인다. 이렇게 되면 국내파 중 이동국(전북)이 9월 홍 감독의 첫 테스트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박주영이 합류하게 되면 당연히 원톱이다. 전체적인 틀은 완전히 뒤바뀐다.
또 다른 고민은 기성용(스완지 시티)이다. 몸 상태나 기량 자체는 이상이 없다. 프리시즌 6경기 1골 2도움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다만 지난달 'SNS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게 문제다. 홍 감독은 앞서 "여론과 언론이 아무리 비판해도 내가 필요하고,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선발한다"란 대원칙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선수 기량은 여러 선발 기준의 하나일 뿐"이라며 "기성용도 축구협회로부터 받은 엄중 경고 조치를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성용의 재발탁은 중원은 물론 공격진 구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홍명보호 3기'의 가장 큰 화제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수비진에선 곽태휘(알 샤밥) 박주호(마인츠)의 가세 여부가 관심사다. 곽태휘는 전 대표팀 주장으로서 풍부한 경험과 수비라인 리딩 능력을 겸비했다. 팀을 위한 헌신을 중시하는 태도 역시 홍 감독이 주창한 '원 팀(One Team)'의 가치에 부합한다. 그에 대한 필요성은 홍정호(제주)-김영권(광저우) 중앙 수비가 받은 합격점 여부와는 별개일 수 있다. 박주호도 컨디션과 기량 면에선 김진수(니가타) 김민우(사간 도스)와의 왼쪽 풀백 경쟁에 뛰어들기에 충분하다.
전성호 기자 spree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