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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복지와 세금의 딜레마, 결단 내려야

시계아이콘01분 02초 소요

정부가 어제 여당과의 협의를 거쳐 세법 개정안의 수정안을 내놓았다. 증세 대상 근로소득 기준을 연간 3450만원 이상에서 5500만원 이상으로 높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의한 '중간소득층'의 중간에서 상단으로 기준선을 끌어올린 것이다. 다른 몇 가지 세정개선 방안도 수정안에 포함됐지만 큰 의미는 없다. 사실상 원포인트 수정안이다.


기획재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원안에 대한 재검토 지시를 내린 지 단 하루 만에 수정안을 뚝딱 만들어 냈다.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한 박 대통령의 요구를 무색하게 만든 졸속 땜질이다. 덕분에 증세 대상에 들었다가 빠지게 된 229만명의 환심은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세법개정안 파동의 진원을 돌아보면 그것이 민심에 대한 완전한 처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민심은 대기업이나 고소득자ㆍ거액자산가에 대한 응분의 공평과세를 요구한다.

문제의 핵심은 다시 살펴볼 생각도 하지 않고 돌출된 혹만 하나 떼어 낸 셈이다. 세법 개정안 원안에 대해 많은 국민과 전문가들이 지적한 문제는 크게 보아 두 가지다. 하나는 담세능력에 비례하는 공정한 과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만만한 월급쟁이의 유리지갑부터 털어 보려고 한 정부의 태도에 대한 불만이 거세게 표출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을 보니 '증세 없는 복지 확대'라는 박근혜정부의 약속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비과세ㆍ감면 축소 등의 명분 아래 교묘한 간접증세 방식이 앞으로도 계속 동원되리라는 의심이 생겨났다.


이번 세법 개정 파문은 '증세 없는 복지 확대'는 불가능함을 보여 준다. 그렇잖아도 경기부진으로 올 상반기에 거둔 세금은 지난해에 비해 9조4000억원이나 적다. 정부는 복지공약을 지키기 위해 증세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가능한 세입 범위 이내로 복지공약을 축소 조정할 것인지 양단간에 결정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공약집과 공약가계부를 다시 들여다보고 현실성이 없어 뜯어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복지공약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국민에게 재원조달의 한계를 솔직하게 설명하고 보편성과 누진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공정한 증세를 떳떳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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