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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콜롬비아산 텅스텐에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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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단체로 규정된 반정부군 돈줄…LCD 등 부품에 들어가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삼성전자가 콜롬비아산 텅스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내열성이 뛰어난 고강도 금속인 텅스텐은 컴퓨터와 휴대전화, 태블릿PC, 반도체 등 전자제품에 쓰인다. 그런데 콜롬비아산 텅스텐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자금원이 되고 있다. 아직 콜롬비아산 텅스텐에 대한 규제는 없지만, 분쟁지역 광물이 제품에 들어갔을 경우 회사 이미지가 깎이게 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블룸버그 통신에 “콜롬비아산 텅스텐이 쓰였는지 공급망에 대한 자체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회사 이은희 대변인은 “삼성전자는 분쟁지역 광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지지한다”며 “콜롬비아산 텅스텐에 대해 조사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콜롬비아산 텅스텐 문제는 삼성전자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텅스텐이 들어간 전자부품은 삼성전자 외에 애플과 휴렛패커드도 쓴다. 또 BMW, 페라리, 포르셰, 폴크스바겐 같은 회사의 자동차 엔진에도 이 소재가 활용된다.

블룸버그 마켓 9월호는 콜롬비아에서 텅스텐이 불법으로 생산?수출되는 실태를 현지에서 취재하고, 완제품 업체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콜롬비아 텅스텐을 활용하게 되는지 추적해 보도했다.


콜롬비아에서 텅스텐 광석이 채굴되는 지역은 베네수엘라와 브라질과 접경지역인 동남부 정글로, 덴마크 정도 면적이다. FARC는 원주민으로부터 원석을 사들이는 외에 타이거 힐이라는 이름의 광산을 직접 운영한다. 수백 명이 작업하는 타이거 힐에서는 텅스텐 원광석 울프라마이트를 매주 15t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자제품 공급망에서 콜롬비아산 텅스텐이 유통되는 경로를 살펴보면, 우선 글로벌 텅스텐&파우더스가 콜롬비아에서 텅스텐 광물을 사들인다. 콜롬비아 수출업체들은 ‘세탁’을 통해 광물의 출처를 숨긴다. 예컨대 타이거 힐 서쪽 150㎞ 떨어진 곳에서 채굴했다는 식으로 서류를 허위로 꾸민다.


글로벌 텅스텐이 가공한 텅스텐을 이 업체의 모회사인 플랜시가 스마트폰, 컴퓨터, TV 등에 들어가는 막으로 가공한다. 플랜시의 텅스텐 막은 대만 업체 AOU의 LCD에 부품으로 들어가고, AOU의 LCD는 삼성전자, 애플, 휴렛패커드에 공급된다.


글로벌 텅스텐은 블룸버그 마켓이 취재에 들어가자 콜롬비아산 텅스텐 구매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회사는 보도자료에서 “콜롬비아에서 온 텅스텐은 불법으로 채굴됐을 수 있고 무장 세력이 아마 텅스텐 광산과 수송 경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듯하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가능성을 최근까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AUO는 지금까지 분쟁지역 광물로 만들어진 부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원칙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애플도 분쟁과 관련된 광물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콜롬비아는 지난해 기준 세계 텅스텐의 1%에 조금 못 미치는 양을 공급한다. 중국이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85%를 차지하지만 중국 정부는 수출을 규제한다.


FARC는 쿠바식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지난 50년 동안 정부와 싸움을 벌여왔다. 콜롬비아 정부는 FARC로 인해 그동안 25만7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FARC의 자금줄은 마약 거래와 갈취, 납치, 그리고 텅스텐 광산이었는데, 미국이 2002년부터 지원한 콜롬비아 정부의 진압작전으로 세력이 위축됐고 특히 코카인 재배 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 이에 따라 텅스텐 불법 채굴에 더 의존하게 됐다.


콜롬비아 텅스텐 거래는 아직 규제 대상이 아니다. 분쟁지역인 콩고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텅스텐, 탄탈룸, 주석, 금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지 여부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이 제도는 지난해 8월 의회를 통과했고 내년 5월 말부터 적용된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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