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첫해 하반기를 시작하며 '추진력'과 '성과'를 연신 강조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국정비전과 실천 로드맵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국민들이 그 성과를 체감하는 단계에 도달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100%는 아니라도 뭔가 희망이 보인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란 말로 요약했다.
박 대통령은 8일 신임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에게 임명장을 주며 "추진력 있게 업무에 매진해달라"고 강조했다. '하루 빨리', '확실하게' 등 자주 쓰지 않던 수식어를 붙인 것도 눈에 띈다. 특히 이런 주문은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복지와 경제 분야 수석들에게 집중됐다. 부처 장악력과 추진력이 약해 미흡한 성과로 이어진 게 고용복지수석과 미래전략수석의 교체 배경이란 것을 재확인해준 것이다. 박 대통령은 6일 국무회의에서도 "앞으로 강력하고 추진력 있는 정부를 만들어 갈 것"이라 선언하기도 했다.
5일 휴가에서 돌아온 박 대통령이 '속도'를 강조하게 된 것은 생각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국정과제 현실화에 대한 국민적 체감도가 미약하다는 조급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창조경제가 손에 안 잡힌다는 이야기가 많다"는 세간의 목소리를 신임 미래전략수석에게 전한 것도 "청와대가 주도권을 잡고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들린다.
비서실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만 하고 실제 권한은 각 장관에게 준다는 원칙에 수정을 가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5일 인사가 이런 뜻을 반영하고 있다는 건 이미 중론이다. 정흥원 총리의 중학교 선배이며 검찰 기수로도 10년 이상 높은 왕(王)비서실장을 임명한 것이나, 민정수석 자리에 법무부장관 및 검찰총장의 검사 선배를 배치한 것은 청와대가 부처를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당·정·청 관계에서 청와대가 '리딩' 역할을 하며 끌고 가는 모습이 연출될 것이지만 권력 집중에 따른 부작용과 '청와대 비서실만 바라보는' 수동적 국정운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