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케이블 교체로 안쓰는 구리케이블… 매각 예상 수익 연초보다 3분의 1로 줄어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글로벌 상품시장의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하락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별로 상관없을 듯한 통신기업 KT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바로 ‘구리’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올해 하반기에 유휴 동축케이블망 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구리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바람에 구리선 매각에 따른 예상 수익이 올해 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3개월물 가격은 2일 거래기준으로 t당 700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만달러선에 육박했던 2011년 최고점 대비 35%, 연초인 2월 대비(8305달러)로도 15.6%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 3월 KT는 약 850억원 상당의 유휴 구리선 1만5000t 규모를 올해 안에 매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범준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일 열린 2·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구리선 매각 수익규모에 대해 “300억~700억원 정도”라고 예상했다. 300억이라면 연초에 밝힌 것의 3분의1 수준이다.
KT의 2분기 영업외수익이 1270억원임을 볼 때 구리선 매각에 따른 수입은 무시할 수 없는 액수다. 광케이블 대체에 따른 KT의 유휴 구리선은 부동산과 함께 KT의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다. 땅에 묻힌 것만 약 45만t에 이르며 평가자산가치도 4조원에 이를 정도다. 2012년에도 KT는 구리선 매각으로 300억원 가까이 벌어들였다.
그러나 값을 잘 받으려면 구리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문제다. 오히려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경기둔화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등으로 글로벌 투자은행들 사이에서 상품시장의 ‘수퍼사이클(장기 호황국면)’이 끝났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앵글로아메리칸이나 발레 등 세계적 광산기업들의 주가는 호황기였던 2011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주요 원자재시장 지수도 올해 상반기 10% 이상 급락했다.
이는 유선통신 사업을 갖고 있는 글로벌 통신사들의 공통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미국 US텔레콤에 따르면 미국의 유선전화 동축케이블 수는 지난 2000년 1억8600만 개로 최고점을 찍었지만 이후 휴대폰과 광케이블로 대체되면서 아직도 1억개 이상이 땅에 묻혀 있다. AT&T는 2020년 이후에는 구리 전화선을 아예 쓰지 않을 계획이다. 이렇게 버려진 구리선 물량이 계속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이미 공급초과 상태인 구리 가격을 더욱 떨어뜨리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KT의 하반기 실적에 구리선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매각에 따른 영업외 수익이 더해지면 금상첨화지만 구리의 경우 워낙 변동성이 큰 만큼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하반기에는 KT의 무선통신시장 경쟁력 회복 가능성이 큰 만큼 여기에 더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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