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m 진입로 문제로 재건축 인·허가 지연…조합 vs 구청 통합재건축 놓고 기싸움
-조합 "20·21동 통합재건축 불가" 고수…도시계획시설 시행자 자격 얻어 수용키로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인·허가를 얻기 위해 조합이 100억원이 넘는 도로 확장용 부지를 강제 수용해야 하는 이상한 재건축이 등장해 화제다. 서초구 신반포1차 재건축이 그 주인공으로 재건축 조합이 용적률 상향 등 인·허가를 위해 부지를 기부채납하는 경우는 있어도 도로 확장을 위해 인근 부지를 수용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건축 조합과 관할 구청이 인·허가를 둘러싸고 기싸움을 벌이면서 결과적으로 기형적인 재건축 모형이 탄생하게 된 셈이다.
7일 서초구청과 신반포1차 재건축조합 등에 따르면 진익철 서초구청장과 한형기 신반포1차 재건축조합장은 최근 만나 20m 폭 진입로 확보 도로확보를 위해 조합에 도시계획시설 사업시행자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논했다.
조합이 도시계획시설 사업시행자 자격을 얻게 되면 국가나 지자체와 같이 시설을 짓는데 필요한 부지에 대한 수용 권한이 주어진다. 조합이 수용권을 획득, 20·21동 소유의 진입로 예정부지를 매입해 20m 폭의 도로를 직접 건설하도록 하겠다는 게 양측의 복안이다.
한 조합장은 “2일 구청측과 도시계획시설 사업시행자 인가 방안에 대한 실무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며 "논의가 마무리 될 경우 다음주 중 인가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신반포1차는 도로 확보를 위해 인근 부지를 사실상 강제수용한 첫 번째 재건축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신반포 1차는 92~109㎡형 19개동 총 730가구를 1487가구로 재건축하는 것으로 지난 1월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서초구청 사업시행인가 단계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돼 온 20·21동과의 통합재건축이 다시 인·허가의 발목을 잡았다. 구청이 20m 폭 진입로 확보를 이유로 사업시행인가를 보류하면서다. 진입로 확보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20·21동과의 통합재건축이 최선이라는 게 구청의 입장이다.
하지만 1~19동 재건축 조합이 통합재건축을 다시 논의할 경우 재건축 일정상 분양성적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연내 분양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통합재건축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 구청과 갈등을 빚어왔다. 신반포1차는 일반분양분이 670여 가구로 분양가가 대부분 10억원을 웃돌 게 확실시 되지만 모두 전용 85㎡ 미만이어서 연내 분양이 이뤄질 경우 4·1 대책에 따른 양도세 면제 등의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연내 분양을 위해선 재건축 일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조합이 행정소송 불사 등 강경 입장을 보이자 서초구청이 조합이 제시한 대안을 수용키로 한 것이다.
도시계획시설 사업시행자 자격을 얻어 부지를 수용하는 방안은 조합이 법무법인 광장의 법률 자문을 거쳐 구청에 통합재건축의 대안으로 제시한 아이디어다. 구청 관계자는 "제반 문제 등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통합재건축도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도로부지를 수용할 경우 보상금액은 총 1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조합은 추산하고 있다. 730가구로 나눌 경우 가구당 1600만원 가량 추가분담금이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한 조합장은 이에 대해 "통합재건축으로 인해 일정이 지연돼 연내 분양이 안될 경우 미분양에 따른 손실 등과 비교하면 부지를 수용하는 게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는 데 조합원들이 의견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신반포1차는 1~19동 730가구와 상대적으로 대형평형으로만 구성된 20·21동 60가구 주민들간에 대지지분율에 대한 갈등이 봉합되지 않아 1~19동만 따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대지지분율은 재건축을 할 때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평형을 결정하는 비율을 말한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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