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갔을 때 집은 포근한 안식처가 된다. 그러내 내 집에서조차 마음 놓고 살 수가 없다면? 나와 내 가족 외에 다른 누군가가 집 안에서 몰래 살아가고 있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
영화 ‘숨바꼭질’은 이런 끔찍한 상상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 더 충격적이다. 과거 일본 도쿄, 미국 뉴욕에서 남의 집에 숨어살던 이들이 발각된 데 이어 대한민국 한 지역에서도 집 앞 초인종에 수상한 표식이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정체불명의 표식은 상하이, 벨기에 등 세계 곳곳에서 발견,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른바 ‘숨바꼭질 괴담’ ‘초인종 괴담’ 등으로 불리는 이 사건에 허정 감독은 관심을 기울였다. 누군가 자기 집에 침입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 증가하는 만큼, 그는 이를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요즘은 귀신에 대한 공포보다 현실적인 두려움이 더욱 무서운 세상이다.
극중 두 아이의 아빠인 성수(손현주 분)는 결벽증 환자로, 아내도 모르는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어느 날 평온한 일상을 깨는 한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성수는 자신의 집과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일생일대의 대결을 시작한다.
영화는 실제로 귀신이 등장하지 않지만 혼령의 등장보다 더 음산하고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또 하나의 주인공은 집이다. 가상의 공간이 아니라 실제 우리와 가장 친숙한 공간이라는 점, 가장 안전한 곳이라 여긴 집이 가장 위험한 곳이 된다는 설정은 더욱 공포심을 자극한다.
이처럼 섬뜩한 공간을 만들어 낸 데는 감독과 환상의 호흡을 맞춘 스태프들의 공도 컸다. ‘신세계’, ‘베를린’,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올드보이’ 등의 음악을 담당한 조영욱 음악감독과 ‘베를린’, ‘장화 홍련’ 등에서 미술을 담당한 전수아 미술감독은 ‘숨바꼭질’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손스타’ 손현주는 촬영에 몰두한 나머지 손톱이 한 개 빠졌고 전미선은 발톱이 빠졌다. 딸 평화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문정희 역시 발톱이 세 개나 빠지는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는 후문이다. 50: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아역배우 세 명은 겁에 질린 모습과 오열하는 모습, 소름끼치는 비명으로 성인 못지않은 연기를 보여줬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짜임새 있는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함께 모여 극은 훨씬 더 풍성해지고 몰입도는 높아졌다. 집이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공포를 집약시킨 작품. 심장을 죄이는 반전도 일품이다. 15세 관람가. 개봉은 오는 8월 14일.
유수경 기자 uu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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